EPL 입장료 9만6000원… 분데스리가의 2배
챔스리그땐 아스널 17만원 > 뮌헨 3만8000원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21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 큰 손해를 보았다. 아스널의 입장료가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아스널의 입장료는 단일 경기 최고가가 97파운드(약 17만 원)나 된다, 시즌 티켓 최고가는 2013파운드(353만 원). 반면 뮌헨은 단일 경기 입장료가 22파운드(3만8000원), 시즌 티켓은 141파운드(25만 원)다. 뮌헨 팬들로선 ‘싼값’에 자신의 팀을 응원할 기회를 잃은 셈. 아스널의 입장권은 뮌헨의 4.5배 가까이 된다.

130년 전인 1885년 영국 축구 경기장의 입장권은 현재 가치로 약 1.5파운드(2500원) 정도였다. 1981년 한 경기 입장료 평균은 현재 가치로 7.26파운드(1만2500원) 수준이었다. 100년 전보다 약 5배 인상되는 데 그쳤다. 그런데 2015년 입장료는 평균 54파운드(9만3000원)로 1981년보다 약 7.4배 뛰었다. 100년간 오른 것보다 최근 30년간의 인상 폭이 훨씬 컸다. 이로 인해 영국에선 노동자 스포츠였던 축구가 귀족 스포츠가 됐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학자인 샘 듀발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영국에선 전통적인 노동계급 축구팬들이 줄어들고 중산층 이상의 팬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1981년 영국 축구의 시즌권 가격은 현재 가치로 274.05파운드(48만 원)였으나 현재는 2013파운드(353만 원)로 역시 약 7배 올랐다. 영국의 최저 시급은 6.7파운드(1만2000원). 따라서 영국인들은 최대 294시간을 일해야 시즌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2011년 이후 4년간 영국 프로축구의 평균 입장료는 13.0%나 상승하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6.8%를 압도했다.

영국의 축구 경기 입장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프리미어리그가 가파른 입장권 가격 상승의 진원지다. 영국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의 한 경기 평균 티켓 가격은 53.76파운드(9만6046원)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50.83파운드(9만811원), 이탈리아 세리에A의 50.10파운드(8만9507원)보다 비싸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입장료 평균 가격은 23.7파운드(4만2000원)에 불과하다. 케빈 마일스 영국축구서포터스연맹 회장은 “구단은 입장료만을 생각하지만, 팬들이 축구를 보기 위해선 교통비와 식비 등 부대비용도 많이 든다”며 “높은 가격은 많은 축구팬들의 경기장 관전을 방해하기에 앞으로 관중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서포터스는 프로팀들의 지나친 상업화가 티켓 가격 인상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영국 축구 구단들은 선수 몸값 상승 등 구단 운영비 증가가 입장권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고 설명한다. 1893년 축구 사상 최초의 이적료가 지급됐다. 당시 웨스트브로미치는 윌리 그로브스를 데려가면서 번리 FC에 100파운드(현재 가치 5000파운드·873만 원)를 내줬다. 약 100년이 지난 1995년엔 앤디 콜이 700만 파운드(122억 원)에 뉴캐슬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그리고 지난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온 앙헬 디마리아의 이적료는 5970만2314파운드(1045억 원)였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선수들의 몸값으로 낸 금액은 총 6억1600만 파운드(1조788억 원)였다.

올해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의 총 자산가치 평가액은 84억1000만 파운드(15조8212억 원)에 이른다. 1999년 15억 파운드(2조7000억 원)와 비교해 16년 사이 ‘덩치’가 5.6배 커졌다. 특히 지난 1월 프리미어리그는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51억3600만 파운드(9조 원)의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이는 3년 전 중계권료 30억 파운드(5조6000억 원)보다 70%나 오른 가격이다. 영국축구서포터스연맹은 “과거에는 입장 수익이 영국 축구단 총 수익의 40%를 넘었지만 2000년대 이후엔 20%가 채 되지 않는다”며 “영국 축구팀들은 가격 인상 없이도 팀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티켓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외국 자본의 유입이 상업화를 더욱 키웠다는 평가다. 2015~2016시즌 프리미어리그 소속 20개 팀 중 구단주가 영국인(잉글랜드·웨일스)인 건 7개 팀에 불과하다. 외국인 구단주들은 전 세계 관중들을 대상으로 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티켓 가격은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전통적인 지역 내 서포터스들은 티켓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영국 축구팬들은 경기장에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조직적으로 ‘저항’했고, 결국 영국 정부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영국축구협회 등에 입장료 인하를 권고했다. 그리고 영국 프로팀의 약 70%가 축구장 입장료를 동결·인하했다. 그러나 팬들은 입장료 인하 폭이 더 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축구서포터스연맹은 영국 내 모든 구단의 경기당 최저 관람료를 20파운드(3만5000원) 이하로 제한하자는 ‘20파운드면 충분하다’ 운동을 전개 중이다. 아스널 등 일부 구단의 서포터스는 원정 경기 보이콧 등 항의시위를 계속 벌여 나갈 예정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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