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라 바야데르’ 남녀 주역… 황혜민-엄재용 부부

“32명의 무용수가 가파른 언덕을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내려오는 거예요. 이 3막 군무에선 관객들도 5분간 숨을 멈추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해요.” (황혜민) “1막 1장 숲 세트를 제일 아껴요, 하하. 정말 숲 속에 들어온 것 같아서. 무대 설치 때 객석에 앉아서 보면 기분이 좋아요. ‘저 안에서 빨리 춤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엄재용)

발레리나 황혜민(37·사진 오른쪽)과 발레리노 엄재용(36·왼쪽) 부부.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의 수석무용수이자, 간판스타인 두 사람이 2010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라 바야데르’의 남녀 주역으로 출연한다. 황혜민은 ‘백조의 호수’ ‘지젤’의 군무와 함께 ‘발레 블랑(백색 발레)’을 대표하는 이 작품의 백미를, 엄재용은 아름다운 무대 자체가 주는 감동을 이야기했다.

150여 명의 출연진, 400여 벌의 화려한 의상, 그리고 대형 코끼리 모형(높이 2m, 무게 200㎏)까지 등장해 ‘블록버스터’ 발레로 불리는 ‘라 바야데르’는 1999년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15주년을 기념해 초연한 후, 5~6년 주기로 공연되고 있다. 고전 발레의 모든 것을 갖췄고, 엄청난 물량까지 투입해야 해서 대작(大作)이면서 난작(難作)으로도 꼽힌다. 황혜민-엄재용 부부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동시에 주역으로 발탁되어 처음 호흡을 맞춘 게 ‘라 바야데르’ 2004년 공연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지난 12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함께 만났다.


◇“‘라 바야데르’, 은퇴작으로 꿈꿨을 만큼 황홀한 작품” = “발레 속 여주인공은 가녀린 16세 소녀가 많은데, ‘라 바야데르’의 니키아는 성숙하고 강인한 여인이죠.”(황) 부부는 한때 은퇴작으로 라 바야데르를 꿈꿨다.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 이국적인 인도 황금 제국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황혜민), 젊은 전사 솔로르(엄재용), 그리고 감자티 공주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과 배신이 그려진다. 숨 쉴 틈 없이 춤의 향연이 펼쳐지는 등 볼거리가 가득해 발레 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작품이다.

그러나 1·2 막에선 감정 연기를 많이 하고, 3막에선 고전 발레의 진수를 기술적으로 보여주는 등 감정과 체력 소비가 상당하다. “워낙 멋진 작품이지만 5년 뒤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음, 은퇴작은 ‘오네긴’이 어떨까요?”(황) 엄재용 역시 “솔로르는 전사여서 점프도 매우 야성적이다. 왕자일 때보다 내숭을 안 떨어도 돼 마음에 든다”면서도 은퇴작으로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오네긴’은 남자 주인공 이름이 제목인 몇 안 되는 발레 작품이잖아요. 발레리노의 연륜과 깊은 감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엄)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하는 발레‘오네긴’은 오만한 남자 오네긴과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30년간의 현역 활동을 마감하는 작품으로 이 ‘오네긴’을 택해 다음 달 공연예정이기도 하다. 늘 꿈꿔온 ‘라 바야데르’일까, 최근 마음이 기운 ‘오네긴’이 될까. 무엇이 되던 또 함께 춤을 추겠지만.

◇아내는 뮤지컬, 남편은 현대무용 ‘외도’ = 십수 년을 발레만 하던 두 사람은 최근 외도 아닌 외도(?)를 했다. 황혜민은 뮤지컬 ‘팬텀’에 출연해 15분가량의 파드되(2인무)를 선보였고, 엄재용은 토슈즈를 벗고 또 다른 발레스타 김지영과 함께 현대무용 프로젝트 ‘푸가’에 참여했다. 발레에서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황혜민은 “몸으로 표현하는 발레와 달리, 뮤지컬은 말과 노래로 이야기를 전한다”며 “팬텀 출연이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안무에 관심이 많은 엄재용도 현대무용 공연이 유익했다. “발레는 봉을 잡고 몸을 푸는데 현대 무용은 바닥에서 마구 구르기도 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정영두 안무가가 박자를 쪼개 악보에 일일이 숫자를 적는 것도 유심히 봤지요.” (엄)

◇“부부라서 발레 호흡 잘 맞다? 발레를 같이 하니까, 일상이 편하죠!” = 황혜민은 2002년에, 엄재용은 2000년에 발레단에 입단했다. 2004년부터 주요 작품에서 남녀 주역을 도맡으며 매번 파트너가 됐다. 2012년 결혼 때에는 발레 스타 부부의 탄생으로 화제를 모았다. “부부라서 발레를 잘하는 게 아니라, 발레를 같이 하니까 일상에서의 호흡이 더 좋아진 거 같아요.”(황) “발레 하고 돌아오면 지쳐서 각자 소파 지정석(?)에 앉아 조용히 쉬어요. 말없이 서로 이해하는 게 최고 장점이죠.”(엄) 라 바야데르는 오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070-7124-1737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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