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집트에서 반출된 고대 이집트의 목 조각상이 최근 반환되었다고 합니다. 이 목 조각상은 벌거벗은 여인이 배를 땅에 대고 엎드린 채 양팔을 앞으로 죽 뻗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전체 길이는 33㎝가량이며, 제작 연대는 약 4200여 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돌아온 과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우연히 이를 사들인 프랑스인이 구매 후 도난품임을 알고 자발적으로 반납한 것이지요. 이 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내가 이 조각상을 손에 넣었다면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솔직히 모른 척하고 살고 싶습니다만….
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에는 구매자나 소장자의 성숙한 의식이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어딘가로 숨어버리면 몇 십 년 혹은 그 이상 소장처는 물론이고,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게 예술품이기 때문입니다. 또, 예술품 시장이라는 곳은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운 특수한 환경이기도 하고요. 법적인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지만, 무엇보다 예술품 시장에서 구매자의 윤리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절실해 보입니다. 고대 이집트 제6 왕조 시절에 만들어진 매력적인 조각상. 앞서 프랑스 시민이 이를 기꺼이 반납한 것은 법적 테두리 안(타의 반)에서 윤리의식(자의 반) 또한 강하게 작동했을 겁니다.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자음과 모음 등 한글 창제의 원리와 그 사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1940년 간송 전형필(1906∼1962년)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간송본과 동일한 판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간송본에 없는 표기, 소리 등에 대한 주석이 달려 있어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가격을 매길 수 없다”고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위대한 문화유산의 행방은 사실 오리무중입니다. 유력한 소장자로 알려진 배모 씨는 최근 “1000억 원을 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했을 뿐, 몇 년째 실물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2012년 배 씨와 상주본 소유권 다툼을 벌인 조모 씨가 승소했을 때 상주본의 소유권을 넘겨받았습니다. 그러니 배 씨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요. 그렇다고 사유재산을 강제로 압수할 법적 근거도 미미하고요.
문화재계 안팎에선 발만 동동 구릅니다. 지난 3월 배 씨의 집에 화재가 났었는데요. 국민 품에 돌아오는 것은 고사하고, 현재 그 보존상태 또한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입니다.
이집트의 목 조각상과 달리,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는 자의(윤리의식)도 타의(법적 근거)도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pdm@munhwa.com
돌아온 과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우연히 이를 사들인 프랑스인이 구매 후 도난품임을 알고 자발적으로 반납한 것이지요. 이 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내가 이 조각상을 손에 넣었다면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솔직히 모른 척하고 살고 싶습니다만….
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에는 구매자나 소장자의 성숙한 의식이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어딘가로 숨어버리면 몇 십 년 혹은 그 이상 소장처는 물론이고,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게 예술품이기 때문입니다. 또, 예술품 시장이라는 곳은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운 특수한 환경이기도 하고요. 법적인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지만, 무엇보다 예술품 시장에서 구매자의 윤리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절실해 보입니다. 고대 이집트 제6 왕조 시절에 만들어진 매력적인 조각상. 앞서 프랑스 시민이 이를 기꺼이 반납한 것은 법적 테두리 안(타의 반)에서 윤리의식(자의 반) 또한 강하게 작동했을 겁니다.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자음과 모음 등 한글 창제의 원리와 그 사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1940년 간송 전형필(1906∼1962년)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간송본과 동일한 판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간송본에 없는 표기, 소리 등에 대한 주석이 달려 있어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가격을 매길 수 없다”고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위대한 문화유산의 행방은 사실 오리무중입니다. 유력한 소장자로 알려진 배모 씨는 최근 “1000억 원을 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했을 뿐, 몇 년째 실물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2012년 배 씨와 상주본 소유권 다툼을 벌인 조모 씨가 승소했을 때 상주본의 소유권을 넘겨받았습니다. 그러니 배 씨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요. 그렇다고 사유재산을 강제로 압수할 법적 근거도 미미하고요.
문화재계 안팎에선 발만 동동 구릅니다. 지난 3월 배 씨의 집에 화재가 났었는데요. 국민 품에 돌아오는 것은 고사하고, 현재 그 보존상태 또한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입니다.
이집트의 목 조각상과 달리,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는 자의(윤리의식)도 타의(법적 근거)도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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