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지방공기업 체질 혁신
정종섭(왼쪽 네 번째)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9월 서울 구로구 산하 구로시설공단이 운영 중인 장난감 대여시설 ‘꿈나무장난감나라’사업장에서 공단 관계자, 민간 사업자 등과 함께 장난감 대여 지방 공기업 사업 적정성 여부에 대해 현장 토론을 하고 있다.
정종섭(왼쪽 네 번째)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9월 서울 구로구 산하 구로시설공단이 운영 중인 장난감 대여시설 ‘꿈나무장난감나라’사업장에서 공단 관계자, 민간 사업자 등과 함께 장난감 대여 지방 공기업 사업 적정성 여부에 대해 현장 토론을 하고 있다.

공약 남발 뒤 무리한 설립
불필요 사업 벌이다 적자
손실 메우려 지자체 ‘허덕’

유사 기능 조정… 예산 절감
부실땐 신속하게 해산 유도
“2017년까지 부채 8兆 감축”


제주도 지방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2013년 7월 제주산 지하수와 보리로 만든 프리미엄 맥주 ‘제스피’(Jespi)를 출시했다. 필스너, 페일에일, 스트롱에일, 스타우트, 라거 등 5종으로 구성된 제스피 생맥주는 350㎖, 500㎖ 1잔이 각각 4000원, 6000원에 판매됐다. 병맥주도 만들었지만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공사는 주류생산시설 용량 기준이 완화되는 등 주류제조업체 면허 장벽이 낮아진 사이 2011년 7월 시제품 개발용 맥주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를 취득, 사업에 나선 바 있다.

공사는 지난해 4월엔 미국 수제맥주 제조사인 브루클린사와 자본금 40억 원 규모 합작회사인 제주맥주주식회사 설립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역 안팎에선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다. 민간 분야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지방공기업이 끼어드는 게 볼썽사납다는 반응이었다. 마침 불공정 협약으로 인해 회사 설립도 무산됐다. 행정자치부는 맥주 사업을 민간이양 사업 대상에 포함시켰다. 공공성이 낮으면서 민간경제를 위축시킨다는 게 그 이유였다.

행자부가 지방공기업에 대한 구조개혁, 제도혁신, 부채감축 등 3대 부문 8개 중점 추진과제 체질개선을 통해 지방재정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행자부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공약 남발 등으로 인해 지방공기업이 무리하게 설립되거나 불필요한 사업이 추진되면서 지방공기업 부실과 자치단체 재정 부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공기업 부실 청산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고는 지방재정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만큼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행자부는 설명했다.

2013년 결산기준 약 400개에 달하는 전국 지방공기업 자산은 174조2000억 원, 부채는 73조9000억 원 가량이다. 전체 부채비율은 74%가량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부채규모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는 데다 경영손익상 적자도 매년 1조 원 이상 발생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2013년 자치단체들이 지방공기업 경영손실 보전과 부채감축을 위해 지원한 금액만 1조4813억 원에 이르면서 지방재정 부담은 물론 국민신뢰 저하도 심각한 수준으로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방공기업학회장인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공기업이 사업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2009∼2013년 5년간 자치단체들이 투입한 재정만 약 11조 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지방공기업 설립과 운영과정에 있어 문제점으로 꼽혀왔던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시키고,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공기업 혁신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원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지방공기업혁신단을 통해 워크숍, 현장방문, 자치단체 의견수렴 등을 거쳐 지방공기업 설립부터 청산까지 생애주기별 3대 부문 8개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예컨대 구조개혁 부문에서 공공성이 낮고 민간경제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16개 지방공기업의 골프장, 목욕탕, 편의점 등 23개 사업을 민간으로 이양하기로 확정했다. 장난감대여나 산후조리원 같이 찬반 여론이 팽팽한 9종의 사업에 대해선 향후 대국민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민간 이양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지방공기업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하기 위해서 지방공공기관 통·폐합 작업에도 고삐를 죄기로 했다. 우선 1단계로 서울, 인천, 광주, 대전 등 9개 자치단체 21개 지방공공기관을 8개 기관으로 통·폐합하고 17개 기관에 대해선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한다면 연간 202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행자부는 내다봤다.

제도혁신 부문의 경우 지방공기업 설립 진입장벽은 높이고, 부실공기업에 대해선 신속한 해산을 가능토록 마련한 것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행자부 지정 독립 전담기관을 통해 설립 타당성 검토를 수행하는 한편 설립 후 지방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경우 행자부 장관을 통해 해산 요구가 가능토록 했다. 행자부는 또 오는 2017년까지 주요 26개 중점관리기관이 8조4000억 원 가량 부채를 감축하도록 독려에도 나설 방침이다. 앞서 분기별 부채감축 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전략을 통해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공기업 부채(2014년 결산기준)를 마이너스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이 기간 약 400개 지방공기업 부채규모는 전년대비 3188억 원 줄어든 73조6478억 원을 기록했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앞으로 지방공기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등 성공적인 혁신을 통해 주민에게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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