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일(韓日) 국방장관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진입할 때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가’ 하는 문제가 새삼 부상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사전 동의는 당연한 절차로 생각하지만, 국제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북한은 헌법상 우리 영토로, 자위대가 들어갈 때도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한·미·일이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얼버무렸고, 일본 방위성은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이른바 휴전선 남쪽이라고 일본은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민에게 북한이 한국의 영토란 사실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는 헌법 제3조 규정대로 공리(公理)이다. 그러나 남북 모두 유엔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인식은 다르다. 일본 입장이 이번에 드러났을 뿐, 중국도 유사한 전제 위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 지역에 대한 ‘대한민국 주권’을 미리 정립하는 문제는 북한 붕괴 또는 급변사태 시, 북한의 질서유지와 행정 시행과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

이 문제는 6·25전쟁 중에도 제기됐다. 당시 유엔은 유엔군 사령관에게 북한에 군정(軍政)을 실시하라는 ‘민사행정지침(civil affairs directive)’을 전달했다. 1950년 10월 12일의 유엔임시위원회 결의안엔 한국 정부와 협의한다는 조항도 없었다. 이승만정부의 강력한 항의로 그런 조항은 추가됐지만, 유엔은 북한 지역에 대한 대한민국 주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가 임명한 북한 지역 행정조직과 유엔군 군정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와는 모든 상황이 바뀌었지만 국제사회가 자동으로 북한 지역에 대한 대한민국 주권을 인정해주길 기다릴 수는 없다. 다음과 같은 논리로 국제적 공감대(共感帶) 확산을 위한 노력을 펼칠 필요가 있다. 남북은 한반도의 ‘역사적·민족적 단일 공동체’이며 ‘단일 공동체로의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북한도 한반도 전체를 자신의 영토로 규정하고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남북의 유엔 동시 가입은 ‘일시적 임시 조치’일 뿐이다. 남북 관계는 미국 남북전쟁 시의 남북관계, 동서독 문제와 마찬가지로 국제관계가 아닌 특수한 내부 관계다.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민국이 ‘우선권’을 갖는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설득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이런 일은 대한민국이 스스로 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을 것이다. 통일을 위해 시급히 시작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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