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

지난 19일 정부와 여당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企活法·기활법)을 제정, 국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재편(再編)할 수 있도록 법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의 모델은 일본의 1999년 산업활력법과 이를 확대한 2014년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알려지는데, 일본은 이 법을 통해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법의 핵심은 이미 투자된 사업들을 쉽게 재편해 신(新)성장동력을 찾는 데 유리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만을 고수하면 기업의 영속성은 보장받을 수 없다는 데 방점을 두었다. 어찌 보면 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업들이 신속히 사업을 재편할 수 있는 법제를 가진 국가가 글로벌 경쟁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기활법은 국내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을 제고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애매하다. 즉, 속 빈 강정이 될 위험성이 있다.

일본은 산업활력법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2012년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가 합병해 대형 철강회사가 된 것과 석유화학 회사인 JX홀딩스가 소규모 석유회사 및 대형 자원 개발 회사를 합병해 대규모 에너지 회사로 탄생한 것을 들고 있다. 산업활력법이 이들 합병에 기여한 것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사업 재편을 위해 자산 인수를 하는 경우 이에 대한 취득세와 합병 차익에 대한 법인세 등을 감면해 줌으로써 그 기업의 사업 재편 비용을 줄여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주가 많은 기업이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나 채권자 보호 절차 등을 밟는 과정에서 합병이 지연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회사법상의 특례를 법제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활법은 그 취지는 일본 법과 유사하지만, 그 방법은 크게 다른 듯하다. 우선, 그 대상을 중소·중견 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 방법 역시 ‘촉진법’이 아니라 ‘자금지원법’의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기업만 사업 재편이 가능토록 했다. 이는 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기업만 1조6000억 원의 정부 자금 지원을 받아가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승인 기준 역시 ‘사업 재편의 주된 목적이 경영권 승계인 경우는 금지’ ‘과잉 공급 업종만 승인’ 등과 같이 매우 추상적이다. 즉, 어떤 경우가 경영권 승계에 해당하는지, 과잉 공급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애매하다. 이는 자칫하면 기활법이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 활동 촉진’이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무관한 ‘퍼주기 법’으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무늬만 있는 법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간이 없는 듯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기활법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법의 취지가 자발적 사업 재편 촉진인 만큼 과잉 공급 산업이 아니어도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면 승인을 할 수 있도록 그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에는 특혜 논란이 없도록 시행령에 자금 지원 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상장기업의 경우에는 자금 지원은 하지 않되 세제 혜택을 주거나 주식매수 청구제도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업 재편을 승인받은 기업이 소유해야 하는 피출자 기업의 주식 비율 역시 완화해 재편 비용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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