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제19대 마지막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이 정쟁화(政爭化)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여야(與野) 정쟁이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압도해 올바른 정부 정책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 등 현안에만 집중하다 보니 경제 활성화 대책이나 내년도 경제정책에 대한 질의가 사라졌다. 국정감사 질의와 대정부 질문의 차이도 찾기 어려웠다. 국정감사는 기관장과 증인 불러 놓고 야단치는 것이고, 대정부 질문은 총리와 장관 불러다 호통친 차이밖에 없었다. 여야 정쟁 때문에 막말, 대치, 파행이 이어졌다.
국회는 언제까지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막말과 파행으로 이어갈 것인가. 국정감사에서는 증인을 불러 15분 질문하고, 1분 답변도 허용하지 않았다. 국정감사가 ‘갑(甲)질’ 감사가 되고, 기업인들에게는 ‘국감 포비아’가 생겨나는 이유다.
올해 국정감사는 22일 동안 진행됐다. 의원들의 언어폭력 수준이 결코 낮지 않았다. 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호통치기, 악의적 비아냥 등으로 울분에 찬 사적 감정을 공적 자리에서 여과 없이 드러냈다. ‘선량’이라는 국회의원의 호칭에 어울리지 않는 감정 분출이었다.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는 한 의원이 대기업 조세정책과 노동개혁 추진에 문제가 있다며 “기재부 공무원들이 재벌의 하수인이 되어서 재벌들의 소원만 들어준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따지겠다고 불러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고 초등학교 학생 수준의 질문을 했다.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관련 판결에 관한 공방이 이어졌다.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의원들은 상대 당 대표를 흠집 내는 일이라면 범법, 탈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증인소환 제도 역시 문제가 많았다. 국정감사는 본래 입법부와 행정부의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정부 정책을 감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정(國政)감사’이지 ‘기업(企業)감사’가 아니다. 따라서 굳이 기업인들을 불러 야단칠 필요가 없음에도 기업인 증인 소환은 갈수록 늘었다. 제17대 국회는 52명, 18대 77명, 19대 124명으로 기업 CEO 소환은 늘었다. 사실, 기업인 증인 채택은 정치인들이 기업인 앞에서 폼 잡고 싶어하는 스노비즘(snobbism)과 마찬가지다.
대정부 질문에서는 총리와 장관을 세워 놓고 “그래요? 안 그래요?” 식의 질책성 질문으로 일관했다. 총리를 앞에 두고 국정의 주요 방향과 정책에 대해 설명을 들을 시간도 모자라는데, 총리의 ‘자위대 입국’ 발언에 대해 말꼬리를 잡고 비난에 열중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질의에서는 총리의 대답을 자르고 계속 발언을 이어가니 황교안 총리가 “제 말씀을 1분만 들어 달라”고 했다.
오래전부터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은 정치개혁의 대상이었다. 현 제도를 그대로 계속할 수는 없다. 앞으로는 정기국회에 고정된 국정감사를 미국 의회의 청문회와 같이 상설화하는 개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상설화하면 문제가 됐던 국정감사 지적 사항의 사후 검토도 가능하게 된다. 상설화된 국정감사가 부담스럽다면 일본 의회처럼 상임위원회가 회기 중에 의장의 승인만으로 조사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나아가 국정감사의 대상을 행정부의 ‘국정’에 한정하도록 규정해 기업의 ‘경영’ 관련 질문을 근본적으로 국정감사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마구잡이로 늘어나고 있는 일반인과 기업인 증인 채택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질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정감사를 상설화한다면 영국처럼 대정부 질문을 매 회기 본회의 개의(開議) 후 매일 1시간 이내로 하고, 매주 특정일을 지정해 총리와 장관의 답변을 듣는 제도로 바꾸는 게 옳다. 단, 조건이 있다. 서면 질문서를 미리 제출케 하여 장관과 의원 간에 정책 토론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의 정쟁과 막말·대치·파행을 막을 정치개혁을 더는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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