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링크스 순회 관행 깨고 68년 만에 북아일랜드서 개최
2011년 우승자 클라크 앞장…해링턴·맥도웰도 한 몫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디오픈 골프대회(브리티시오픈)는 반세기가 넘는 동안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 있는 9개 링크스 코스에서만 열렸다.

골프의 발상지이자 영국왕립골프협회(R&A) 본부가 위치한 ‘골프의 성지(聖地)’ 세인트앤드루스를 비롯해 로열 리버풀, 뮤어필드, 로열 리덤 앤 세인트 앤스, 로열 세인트 조지스, 턴베리, 로열 버크데일, 카누스티, 로열 트룬 등만 디오픈 개최의 영광을 누려왔다.

이 가운데 세인트앤드루스는 5년마다 디오픈을 개최하는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디오픈은 원래 프레스트윅 링크스에서만 열렸다. 1860년 첫 대회부터 1872년까지 줄곧 프레스트윅 링크스에서 열린 디오픈은 세인트앤드루스, 뮤설버러 등 2곳이 개최지로 추가되더니 차츰 개최 코스가 늘어났다.

어떤 곳은 빠지고 어떤 곳은 추가되는 등 변화를 겪은 디오픈 개최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늘날 구도를 어느 정도 갖췄다.

아울러 디오픈 개최 코스는 그레이트브리튼 섬을 벗어나 열린 적은 한번 밖에 없었다.

1951년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가 유일하게 그레이트브리튼 섬 밖에서 열린 디오픈이었다.

이후 디오픈 개최지는 그레이트브리튼 섬에 있는 9개 링크스에 국한됐다. 같은 그레이트브리튼 섬 안에서도 웨일스 지역에서조차 디오픈이 열린 적이 없다. 오로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 있는 링크스 코스의 전유물이었다. 대회 이름과 달리 개최 코스는 폐쇄적이었다.

이런 역사와 관행 탓에 2019년 디오픈 개최지로 북아일랜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이 선정됐다는 소식은 영국 언론이 긴급 뉴스로 타전할 만큼 대단한 ‘사건’이다.

‘디오픈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만 개최한다’는 오랜 관행을 깬 원동력은 북아일랜드에서 걸출한 골프 스타 선수가 배출된 것이라는 게 골프 전문 매체의 분석이다.

특히 세계 최정상급 스타 플레이어 로리 매킬로이의 존재가 디오픈이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데 큰 몫을 했다는 관측이다.

2014년 디오픈을 제패한 매킬로이는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과 인연도 각별하다. 아마추어 시절 그는 이곳에서 코스 레코드(61타)를 세우며 우승한 적이 있다.

매킬로이는 “로열 포트러시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골프장 가운데 하나”라면서 “이곳에서 열리는 디오픈은 정말 멋진 대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의 디오픈 유치 활동에 맨 앞에 나선 선수는 2011년 디오픈 우승자 대런 클라크다.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 회원인 클라크는 2019년 디오픈 개최지 발표 현장에 직접 나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클라크는 3년 전부터 디오픈을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열기 위해 맹렬한 로비 활동을 벌였다.

그는 디오픈을 두 번이나 제패한 아일랜드 국적의 파드리그 해링턴이 디오픈을 북아일랜드로 유치한 일등공신이라고 소개했다.

해링턴은 2007년과 2008년 디오픈을 2년 연속 우승했다.

클라크는 “해링턴의 업적에 기대어 나나 그레임 맥도월, 그리고 매킬로이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맥도월도 2010년 US오픈을 제패하는 등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로 군림했다.

해링턴, 클라크, 맥도월, 매킬로이 등 디오픈을 비롯한 메이저대회 우승자들이 즐비한 덕에 디오픈 유치 활동이 꽃을 피웠다는 얘기다.

2012년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아이리시오픈골프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도 유치에 큰 동력이 됐다.

당시 아이리시오픈은 최종 라운드에 4만명의 갤러리가 운집하는 등 대회 기간에 10만명이 넘는 관중을 끌어모았다.

클라크는 “아이리시오픈의 성공적 개최가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경주라는 뛰어난 선수와 시니어PGA투어대회를 무난하게 치른 경험 등이 2015 프레지던츠컵을 유치한 원동력이 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1888년 문을 연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은 1951년 대회 때는 파74에 6천842야드짜리 코스였다.

2012년 아이리시오픈 때는 파72에 7천143야드 짜리 코스였다.

디오픈 경기위원회는 파71에 7천337야드 짜리 코스로 개조해 2019년 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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