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계절이 끝났다.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문학, 평화 등으로 수상되는 각각의 여섯 분야에는 ‘생명’이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동의학은 생명성의 발현 양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찰했는지, ‘동의보감’을 중심으로 그 ‘내밀한 풍경(內景)’의 일단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생명’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일관된 ‘삶의 체계’가 있다. 동의학에서는 이를 ‘신형(身形)’이라고 한다. 그 ‘몸꼴(身形)’은 주위 환경과 안팎으로 끊임없이 ‘관계(기·氣)’하며 제 스스로 일정한 ‘밀도(정·精)’와 ‘리듬(신·神)’을 만들어 낸다. 관계의 운동량(運)은 때로 넘치기(太過)도 하고 모자라기(不及)도 하는데, 그 넘치는 ‘욕심’으로 인해 혈(血)이 만들어지고 요동치며, 그 모자라는 ‘미련’으로 인해 꿈(夢)이 만들어지고 넘실댄다.

‘욕심과 미련’으로 만들어지는 ‘생활의 모습’에는 ‘소리(聲)와 음정(音)’이 있고, ‘말(言)과 문장(語)’이 있으며, ‘태도(津)와 자세(液)’가 있다. 이 셋(성음-언어-진액)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구체적인 생활을 굴리고 모습을 놀린다. 감각(聲音)하는 대로 지각(言語)하지 못하고, 지각하는 대로 행동(津液)하지 못하는 오류와 편차들은 생활 속에 관성처럼 쌓이고 신체를 통해 고착화돼 생명체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활력을 떨어뜨리는데, 이를 ‘담음(痰飮)’이라고 한다.

‘억지(痰)와 게으름(飮)’은 숱한 생활상의 고충들을 만들어낸다. 아이가 부모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태를 배우며 자라나듯, 생명은 스스로의 오장육부를 배우면서 성장하는데, 오장(五臟)은 내적인 사고방식을 정보로 삼아 배우고 자라나며, 육부(六腑)는 외적인 행동 양태를 소재로 삼아 배우고 자라난다.

간장(肝臟)은 장군(將軍)과 같은 배움으로 자라난다. 전략과 실행력으로 안전을 도모하는 생활의 모습은 간장의 넉넉함 덕분이다. 간장이 넉넉하게 자라나지 못하면 짜증과 분노로 배움이 성급해진다. 심장(心臟)은 군주(君主)와 같은 배움으로 자라난다. 지조와 꾸준함으로 평온을 도모하는 생활의 모습은 심장의 따뜻함 덕분이다. 심장이 따뜻하게 자라나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로 배움이 무질서해진다. 비장(脾臟)은 창름(倉름)과 같은 배움으로 자라난다. 신념과 사고력으로 풍요를 도모하는 생활의 모습은 비장의 부지런함 덕분이다. 비장이 부지런히 자라나지 못하면 비하와 비굴로 배움이 게을러지게 된다. 폐장(肺臟)은 상부(相傅)와 같은 배움으로 자라난다. 배려와 정직성으로 연대를 도모하는 생활의 모습은 폐장의 정갈함 덕분이다. 폐장이 정갈하게 자라나지 못하면 걱정과 슬픔으로 배움이 지체된다. 신장(腎臟)은 작강(作强)과 같은 배움으로 자라난다. 책임과 기술력으로 미래를 도모하는 생활의 모습은 신장의 두터움 덕분이다. 신장이 두텁게 자라나지 못하면 공포와 동요로 배움이 자폐적이게 된다.

생명성의 발현은 그 체계 자체로 혁명(革命)이자 혁신(革新)이다. 혁명은 스스로의 모순을 명확히 알아 몸에 밴 관습을 극복하는 과정이며, 혁신은 동시대의 관행과 다투거나 소란스레 맞서지 않으면서 완전히 새로이 이를 뛰어넘는 여정인 것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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