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국장, 사과 많이 땄어요? 이번이 몇 번째 온 거예요?”(이철우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실장)
“아이가 어려서 이번에 처음 왔습니다.”(윤순희 성과관리정책관)
“나는 2011년부터 한 번도 안 빠지고 왔어요. 허허.”
“직접 해보니 너무 좋아서 저희 가족도 앞으로 계속 오려고요.”
지난 17일 황금 들녘 사이로 난 길을 달려 도착한 충북 충주시 살미면 재오개마을에서는 국무총리실 직원들이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따면서 언제부터 사과 따기 행사에 참여했는지를 놓고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총리실과 재오개마을의 인연이 2011년부터 시작된 만큼, 2인 1조로 진행되는 사과 따기 작업에 능숙한 직원들이 많았다.
총리실은 1년에 3∼4번씩 재오개마을을 찾는다. 이번에는 역대 최고 기록인 170여 명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특히 자녀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온 직원들이 많았다. 주민들이 “봄에 예쁜 사과 꽃이 피면 꿀벌이 날아와서 맛좋은 사과로 변신시켜준다”고 꿀벌 수분에 대해 설명하자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신기해했다.
양손으로 사과를 꼭 잡은 박가람(4) 양옆에서 아빠 박재완(35) 사무관은 “꽉 잡고 있어 아빠가 꼭지 딸게”라며 가위로 사과를 ‘똑’하고 따냈다. 그 사과를 엄마 백금주 사무관이 받아서 사과 박스에 담았다. 박 사무관은 2011년 총리실과 재오개마을이 자매결연을 한 후 매년 가족들과 이곳을 찾고 있다. 그는 “이렇게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에 와서 시간을 보내고 마을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어 좋다”면서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어릴 때부터 데리고 왔는데, 사과가 이런 나무에서 자란다는 것을 직접 보고 만지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재오개마을은 도시에서는 찾기 어려운 자연학습장이다. 마을 주민들은 아이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사과 따기 외에도 밤 줍기, 고구마 굽기 등 아이들이 쉽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일들도 준비해놓았다.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밤을 줍고 “엄마! 내가 주웠어”라고 소리치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재오개마을을 가득 메웠다.
국무총리실 직원들은 그동안 농번기, 가을 수확기 등에 마을을 찾아 사과 따기, 대추 따기, 매실 따기, 밤 줍기 등 일손을 도왔다. 이렇게 수확한 농산물을 구입해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도왔다. 재오개 땅은 지대가 높고 배수가 잘돼 사과 맛이 좋다. 특히 마을에는 양봉을 하는 농가가 있어 꿀벌 수분도 활발해 당도가 높다. 그래서 직원들 사이에서 재오개 사과 인기가 높아 총리실과 연중 농산물 직거래를 실시하고 있고, 희망하는 직원들에게는 사과나무도 분양했다. 나무를 분양받으면 1년에 3번 직접 수확한 신선한 사과를 맛볼 수 있다.
국무총리실 직원들은 일손돕기뿐 아니라 휴가철 농촌체험도 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왔고, 지난 2012년에는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여수엑스포에도 다녀왔다.
법무감사담당관실의 강혜인(여·33) 주무관도 매년 참여하는 직원 중 하나다. 강 주무관은 “처음엔 아가씨로 일손돕기에 참여했다가 결혼을 해서 남편과 같이 오고, 또 이번에는 예쁜 딸을 낳아 같이 올 수 있게 돼 너무 좋다”면서 “오히려 우리가 상품성 있는 과실에 손상을 줄까 걱정도 되는데, 항상 반갑게 맞아주셔서 기쁘다”고 말했다.
웃으며 일을 하는 사이 사과는 금세 노란 박스에 가득 담아졌고, 마을 주민들이 그 자리에서 바로 종이 상자에 담아 포장까지 완료했다. 5㎏짜리 사과 박스가 무려 150여 개나 나왔고, 이는 모두 총리실 직원들이 구매했다.
임충연 총무기획관은 “직원들이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봉사하고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라면서 “갔던 사람은 다시 오려고 하니 계속 인원이 늘고, 이번에 결국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 =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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