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렸던 제3회 해양수산부장관배 국제요트대회에서 1∼3인용 딩기에 해당하는 카타마란(2개의 선체로 구성된 배)을 탄 참가자들이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대한요트협회 제공
지난해 열렸던 제3회 해양수산부장관배 국제요트대회에서 1∼3인용 딩기에 해당하는 카타마란(2개의 선체로 구성된 배)을 탄 참가자들이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대한요트협회 제공

“이번 주말 요트 체험 어때요?”

‘귀족 스포츠’로 인식되던 요트가 대중 스포츠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마리나항만법’에 따라 요트 대여업이 합법화되면서 대중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 둔치에 있는 서울마리나 클럽&요트. 이곳에서 28일부터 제4회 해양수산부장관배 국제요트대회가 열린다. 이곳에 계류된 요트는 어림잡아 40여 척. 이 배들은 한강 국제요트대회에 출전한다. 오후 4시가 되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요트 동호인들이다. 동호인들은 20∼30피트급(3∼6인승) 요트에 올라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3명으로 구성된 한 동호인 그룹은 곧바로 출항 준비에 들어갔다. 요트 바닥 창고에 있던 케블라 소재의 세일(돛)을 꺼내 마스트(돛대)에 설치했다. 30여 분간 세일을 달고 소형 모터와 배터리를 점검한 후 구명복을 착용하고 양화대교 방향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요트는 크게 엔진 없이 바람의 힘으로만 가는 세일 요트와 모터가 달린 파워 요트로 나뉜다. 세일 요트는 다시 1∼3인승의 작은 딩기, 3∼6인승의 연안용 크루저, 6인승 이상의 장거리용 크루저로 구분된다. 연안용 크루저 이상에는 소형 모터가 달려 있으나 이는 출항과 접안 등 제한적 상황에서만 쓸 뿐 주동력은 바람이다. 크루저는 대개 레저용. 경기용으론 크루저보다 날렵한 모양의 레이싱 요트가 사용된다. 동호인들이 출항한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어서였다. 마침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한 노을을 배경으로 한강 위의 요트와 동호인들의 실루엣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서울마리나에 계류 중인 3∼6인승 연안용 크루저.
서울마리나에 계류 중인 3∼6인승 연안용 크루저.
요트를 즐기는 국내 동호인의 숫자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대한요트협회는 요트를 정박하는 곳인 마리나를 중심으로 동호인 수를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는 전국적으로 23개의 마리나가 있다. 그중 이용객이 많은 편에 드는 서울마리나의 올해 9월까지 누적 이용객은 약 1만 명. 이 중 정기적으로 요트를 타거나 대회에 참가하는 동호인은 25%쯤으로 여겨진다. 이를 합산하면 대략 3만∼5만 명이다. 2년 전 약 2만 명으로 추산되던 것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지난 9월 정식 출범한 한국마리나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마리나 산업은 2011년 대비 3배 성장했다. 2020년까지는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치과의사인 김인숙(46) 씨는 요트 조종면허를 획득하면서 요트의 세계에 빠졌다. 요트 조종면허는 필기와 실기시험으로 이뤄진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요트 조종면허 시험장 등에서 획득할 수 있다. 김 씨는 4년 전 면허증을 받았고 중고 요트를 구매했다. 요트에 관심 있는 지인 4명과 함께 27피트급 연안용 중고 크루저를 샀다. 그리고 한 달에 2번 병원이 쉬는 날 서울마리나에서 요트를 즐긴다. 김 씨는 “요트 세일링은 20대에 그리던 꿈이었지만 용기를 내 도전하다 보니 2년 전에는 대회에 참가해 3위에 입상했다”면서 “요트 위에서 목표지점을 바라보며 모두가 호흡을 맞추는 건 참 멋진 일이고, 특히 가족끼리 요트를 즐기길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건설업을 하는 홍인표(60) 씨는 젊은 시절 미국 지사 근무를 통해 처음 접했던 요트의 꿈을 환갑 즈음에야 이뤘다. 홍 씨는 “요트를 조종해보는 게 늘 꿈이었는데 일상에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 조종면허를 획득했다”며 “요트는 바람의 힘으로 가는 배이기 때문에 처음 장만할 때 목돈이 들어갈 뿐 유지비는 생각보다 적다. 3∼6인승 요트의 경우 한 달에 40만 원 정도의 계류비면 된다. 아직 동호인의 배를 빌려서 타고 있으나 곧 중고 요트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0피트급 이상의 파워 요트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세일 요트는 이보다 작고 가격도 저렴하다. 4인승 정도의 입문용 요트는 중고로 700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배는 어차피 혼자 탈 수 없으므로 4∼5명이 공동구매하면 생각보다 적은 돈으로도 요트의 소유주가 될 수 있다.

인천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김영조(52) 씨는 요트를 직접 장만해 즐기는 동호인이다. 요트 세일링을 한 지는 벌써 6년쯤 됐다. 2000년대 초반 미국 플로리다에 갔다가 요트를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이후 관심을 지니게 됐다. 한국에 돌아와 인천요트협회를 통해 강습을 받으면서 기량을 다듬었다. 김 씨는 현재 인천요트협회장을 맡고 있다. 경기인이 아닌 순수 동호인 출신으론 이례적이다.

김 씨는 “요트의 매력은 자연과 내 몸이 하나가 된다는 점이다. 업무가 끝난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요트를 타러 가는데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한순간에 지난 1주일의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면서 “요트는 절대 호화 스포츠가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분들이 요트를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저 수준을 지나면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대부분의 동호인은 국내 약 20개의 크고 작은 요트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 등 국제대회에 도전하는 전문가급 동호인들도 적지 않다. 국내외 대회에 계속 출전해온 이빛남(35) 씨는 “원래 하는 일은 금융업인데 요트에 빠지면서 일부러 휴가를 내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며 “요트 레이스에 출전하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대한요트협회 김철진(54) 이사는 “국내 엘리트 요트 선수는 500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동호인들은 요트 스포츠의 근간에 비유할 수 있다”며 “요트 대여업이 합법화되고 인천, 울진 등에 마리나 시설이 점차 확대되면서 큰 폭의 요트 인구 증가가 예상된다. 요트는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레저 스포츠일 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강 국제요트대회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리며 국내외 동호인 약 100명이 참가한다. 레이스는 30일부터 3일간 펼쳐지며 한강을 질주할 수 있는 22∼30피트급 요트가 참가한다. 이 대회에 출전하는 요트의 가격대는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중고 기준으로 2000만 원 선이다. 우승 상금은 300만 원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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