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 신해철 편을 봤습니다. 27일 신해철의 기일을 앞두고 그를 기리는 추모방송이었죠. 남궁연, 김종서 등 그와 절친했던 동료 가수들을 비롯해 알려지지 않았던 신해철과의 인연을 간직한 모창 가수들이 나와 눈시울을 붉히며 그를 추억했습니다. 이날 객석을 채우고 있던 이들도 적잖이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저 역시 보고 있노라니 코끝이 시큰해지더군요.

이들 중 신해철과 가까이 지내며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저도 취재 현장에서 몇 차례 마주친 적은 있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죠. 하지만 저 역시 이 방송을 보며 왜 가슴을 뜨겁게 덥히는 무언가가 느껴졌을까요?

아마도 ‘노래의 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히든싱어를 보면서 무의식중 신해철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저를 발견했죠. 평소에는 기억해 보라고 해도 떠올리기 쉽지 않을 것 같은 가사가 음악에 맞춰 제 입을 통해 나오고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마치 조건반사 같았죠.

히든싱어의 조승욱 PD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히든싱어의 성공 요인을 묻자 조 PD는 “누구나 노래에 빚을 지고 살고 있으니까요”라고 답했습니다. 힘들 때, 기쁠 때, 화날 때, 슬플 때 우리는 종종 노래를 듣죠. 이 중 유독 귓속을 통해 폐부를 찌르듯 파고드는 가사를 가진 노래가 있습니다. 우린 그 노래를 통해 위로와 힐링을 받곤 하죠. 제게는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가 그런 곡이었습니다. 제가 듣는 ‘날아라 병아리’에는 신해철뿐만 아니라 그 노래를 듣던 시절의 제 추억이 담겨 있는 거죠.

그러고 보니 요즘은 가창 예능이 대세입니다. 히든싱어 외에도 MBC ‘일밤-복면가왕’과 KBS 2TV ‘불후의 명곡’,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잊어진 명곡을 찾아 나서는 SBS ‘심폐소생송’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도 포맷만 달리했을 뿐 음악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은 일맥상통합니다. 그만큼 노래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소재이고, 누구나 ‘내 인생의 노래’ 한 곡쯤은 간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이쯤 되니 신해철이, 아니 가수들이 부러워집니다. 불과 3∼5분 안에 추억을 소환할 수 있고, 한 소절 가사로 누군가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이들이 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요?

신해철은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와 그의 노래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그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대중과 함께 살아 숨쉬던 그에게 진 빚을 갚는 방법일 겁니다.

realyong@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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