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사정(司正) 수사가 또 하나의 악선례를 남길 것 같다.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5일 소환 조사 이래 22일 만이다. 이로써 지난 봄, 3월 12일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낼 것”이라며 사정 드라이브를 걸자마자 바로 그 이튿날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한 이래 장장 8개월 가까이 끌어온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제3자 뇌물 혐의 외형이 30억 원을 넘나드는 이 전 의원의 불구속 결정 배경으로 검찰은 80세 고령과 지병 등 건강 문제를 들고 있다. 지검 측은 소환 조사 이후 3주일도 넘겨 이런 식의 사유를 들먹이기 민망했던지 ‘대검찰청 의견에 따른 결정’임을 굳이 내세웠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 의견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법원에 의해 또 기각당하지 않을 만큼 혐의 입증을 자신할 수 없었다는 뒷말이 나도는 실정이다. 포스코 수사 8개월은 이렇듯 ‘청와대 하명(下命)’으로 시작돼 ‘대검 지휘부의 정무적 판단’으로 저물면서 검찰의 반(反)부패 사정에 드리운 그림자를 더 짙게 한다.

범죄 수사에 기업이 예외일 수 없다. 문제는 권력의 의중을 좇는 기획 수사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현실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수사는 결과뿐 아니라 절차·과정도 정의로워야 한다”며 “광범위한 압수수색, 별건 수사를 통한 압박, 비리가 드러날 때까지 지속되는 장기 수사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다잡아온 데 비춰서도 포스코 수사는 이례적이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나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구속영장이 번번이 기각당한 사실은 국내 최대 지검 특수부의 역량 자체를 미덥지 않게 한다. 거악(巨惡)에 맞섰던 ‘구(舊) 대검 중앙수사부’를 새삼 떠올리게도 한다. 검찰은 ‘포스코 악선례’를 향후 기업 수사의 반면교사로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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