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의 난사군도(南沙群島)를 둘러싸고 관련국들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난사군도는 약 50여 개의 섬과 암초로 구성되며, 중국과 대만·베트남·필리핀 등이 분점하고 있다. 베트남이 스프래틀리 섬 등 28개, 중국은 대만이 점령하고 있는 타이핑다오(太平島) 및 중저우 암초 등을 포함한 9개, 필리핀은 파가사섬 등 7개를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중국은 군사굴기(軍事堀起)를 앞세우고, 해양 지배를 통해 패권국으로 나아가려 한다. 오대양에 오성홍기(五星紅旗)를 휘날리는 ‘해양제국’ 건설을 목표로 세웠다. 1974년 남중국해에서 베트남전을 틈타 시사군도(西沙群島)를 점령하고, 1987년 난사군도에 군대를 파견하기도 했다. 이로써 베트남 및 필리핀과 해상영토 분쟁 중이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해양제국 건설을 위한 일차적 돌파선이다. 난사군도에 7개 암초를 매립해 연결하는 인공섬 구축 작업을 시작해 지난해에 완공했다. 이어 대형 활주로와 항구, 레이더·등대·방사포 시설을 갖췄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해저 자원 확보 및 12해리 영해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은 ‘아시아로 회귀’라는 정책 아래 한국·일본·필리핀·태국·호주 등과 공조해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의 해양제국 전략에 근거한 ‘고유영토’라는 영유권 주장에 대해 미국은 ‘항행자유(航行自由)’라는 국제질서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월 25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시진핑 주석은 남중국해의 섬이 중국 영토라고 주장했다. 결국, 미국은 중국 군사력이 해양세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6일 미사일 장착 구축함 라센호를 남중국해에 전격 투입해 중국 인공섬에서 12해리 안쪽을 항해시켰다.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군사적 시위이자 중국 군사력이 해양제국으로 부상함을 막으려는 단호한 입장 표명이다.
난사군도를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은 한·미 관계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이 사안과 관련해 한국은 어떠한 전략과 입장을 세워야 할 것인가?
먼저, 지혜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적어도 한때 ‘순수하게’ 주장했던 미국과 중국 간의 균형자 역할론 주장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그리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해양 수송로의 안전한 확보가 우선인 만큼 미국의 국제법 존중과 ‘항행자유’ 원칙을 지지해야 한다. 지난해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담에서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해상 안보와 안전, 항해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올해 5월 미국 하원이 통과시킨 2015 국방수권법 내 ‘한미동맹의 글로벌화’뿐만 아니라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의 필요성이 주된 근거다.
또 하나, 이 사안에서 지나친 대미 밀착으로 미국과 함께 중국을 억제(containment)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중국과 거리를 좁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관계의 강화와 동시에 중국과 다양한 막후 대화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긴장과 갈등 시기에도 서로 대화하고 다양한 문화 교류 등을 진행하는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한·중 관계도 다양한 차원에서 전개되는 만큼 긴급 사안인 경우 막후에서 타협하고 조정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심신지려(心信之旅)’ 전략이 중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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