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각계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들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여성 검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당시 전체 신임 검사 43명 가운데 23명이 여성이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각계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들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여성 검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당시 전체 신임 검사 43명 가운데 23명이 여성이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유리천장’에 금이 가고 있다. 유리천장은 여성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말.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센 언니’들이 속속 ‘별’을 달면서 도무지 깨질 것 같지 않던 유리천장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은행권 최초의 여성 은행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권선주 IBK 기업은행장, 여성 최초 지검장이 된 조희진 제주지방검찰청장, 대한민국 여경계의 전설 박미옥 서울 강서경찰서 강력계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 보수적 은행권 첫 여성 행장 =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 2013년 12월 은행권 첫 여성 행장 타이틀을 얻었다.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은행권에서 첫 여성 행장이 탄생했다는 소식에 사회 각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권 은행장 임명 당시 대부분 신문사가 이 소식을 1면에 주요하게 다룰 정도였다.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때를 잘 만나 능력과 상관없이 국책은행장이 된 것”이라는 시샘 어린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그는 준비된 행장이었다.

그는 행장 후보군인 ‘여성’ 부행장이기도 했지만, 기업은행 내 많은 부행장 중 영업·리스크·전략 업무를 두루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실력자이기도 했다. 그는 은행에 입사해 가장 기본인 영업부터 시작했다. 그의 옷장에는 치마 정장 대신 바지 정장이 대부분인데, 이는 초짜 은행원 때부터 영업현장 곳곳을 누빈 그의 이력이 반영된 결과다.

차분하면서 카리스마 있는 그의 성격도 금융권의 공고한 유리천장을 깨는 데 도움이 됐다. 기자가 여러 번 만난 권 행장은 언제나 다른 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고, 그런 다음 명확한 메시지를 담아 사려 깊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권선주라는 이름으로 살고 싶었다”는 강한 의지도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는 평가다. 그는 최근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태평양 여성 기업인 25인’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 여성 최초 지검장 조희진 검사장 = 조희진 제주지검장은 올 2월 검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2013년 12월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여성 검사장에 오른 그가 여성 최초로 지검장에 발탁돼 제주지검 수사를 총지휘하게 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공판2부장·형사7부장), 고양지청 차장, 천안지청장 등을 거치며 ‘여성 1호’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갈아치웠다.

그가 1990년 2월 서울지검에 임관했을 때 여검사는 한 명도 없었다. 유일한 여검사였던 조배숙(16·17·18대 국회의원) 인천지검 검사는 1986년에 검찰을 떠나 수원지법 판사로 전직했다. 그는 늘 검찰 내에서 ‘맏언니’로 통했다. 그러나 25년 동안 여검사는 비약적으로 늘었다. 현재 전체 검사 1998명 중 여성은 544명(27.2%)이다. 실제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의 경우, 총 10명의 검사 중 여자 검사가 8명이다. ‘여검사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유리천장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다. 고검검사급 이상 검사 601명 중 여성은 28명(4.66%)에 불과하다. 간부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그는 올 2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이라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낀 적은 많지 않지만 부장, 차장, 지청장 등 검찰 상위 직급의 여성이 매우 적기 때문에 여성들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문화적 차이, 가사와 육아 등 사회적인 여건 차이에 따라 실질적인 역량 평가를 제대로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생각은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의 여성 검사 증가 추세로 보면 여성들이 검찰에서 역량을 발휘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는 상황인 만큼,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한민국 여경 전설 박미옥 강력계장 = 박미옥 경감은 여경 사이에서 전설로 통한다. 여경이 강력계에서 경감을 달고 경찰서 강력계장을 맡은 건 그가 처음이다. 박 경감은 강력계 형사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순경에서 경위까지 9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했다. 순경에서 경장 진급할 때는 1년간 전체 경찰에서 범인 검거 실적이 가장 우수했다. 경북 청송교도소 출신 납치범 검거 등으로 경사를, 탈주범 신창원·정필호 등을 잡는 데 기여한 공으로 경위를 달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5%(6392명)에 불과했던 여경 비율은 올해 4월 현재 9.4%(1만348명)까지 늘었다. 박 경감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해보니 경찰은 여성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곳”이라며 “힘들다고 포기하고 가는 건 자기 스스로지, 조직이 개인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관련기사

손기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