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은행권 계좌이동제(制)가 시행된다. 이는 2013년 11월 정부가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정부와 금융결제원, 그리고 전국은행연합회가 공동으로 노력한 결과다. 계좌이동제는 카드대금, 통신요금 등이 자동이체되는 은행계좌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그동안 금융 소비자가 자동이체 계좌를 바꾸기 위해서는 거래하는 카드사나 통신사에 일일이 통보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자산이체통합관리 서비스를 이용해 일괄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
계좌이동제는 영국과 호주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선진 서비스다. 금융결제원이 자산이체통합관리 시스템이 안정화된 이후 추가적인 첨단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공표한 만큼 더 편리한 지급결제 시스템이 기대된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에는 상호 경쟁이 없어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계좌이동제는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고 금융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현재 수시 입출금식 예금 등 자동이체가 가능한 예금계좌의 잔액은 500조 원 정도다. 수시 입출금식 예금은 가장 저렴한 자금 조달 수단이기 때문에 이를 차지하기 위해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계좌이동제는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은 지방은행이나 후발 은행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이 제도를 통해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춤으로써 전통적인 은행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금융산업의 혁신을 선도할 수 있게 됐다. 경쟁 과정에서 은행들은 발달된 핀테크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금융 상품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혁신과 경쟁으로 전체 금융산업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금융산업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다. 이 제도의 파급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더 과감한 규제 완화가 요구된다. 아직도 우리의 정책은 은산(銀産) 분리와 같은 도그마에 빠져 있다. 은산 분리 규제가 계속된다면 계좌이동제와 같은 정책의 파급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우리 금융산업은 추가 자본 유입이 필요하고, 발전하는 금융 기술과 변화하는 금융 소비자들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핀테크의 발전과 함께 금융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이 연관된 법제의 개혁도 필요하다. 또한, 수수료 규제도 완화해 균형 있는 경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규제의 합리화가 필요하다. 규제도 업역을 중심으로 규제하는 방식에서 행위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계좌이동제 아래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또한, 저인망식 규제보다는 업역을 떠나 지급결제에 참여하는 기관을 늘리고 그에 상응하는 규제를 부과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셋째,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계좌이동제의 시행과 규제 완화에 상응하는 리스크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와 같이 보신주의가 만연할 정도의 과도한 리스크 규제는 곤란하다. 문제가 되는 부분만을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 정책에 있어 섬세함과 합리성이 요구된다.
금융개혁은 시대적 요구다. 금융개혁으로 금융시장의 효율성 제고되고 경제가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한다. 계좌이동제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추가적인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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