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평택항 물류기지
지난 27일 오후 경기 평택·당진항의 현대글로비스 평택항 물류기지에서 직원들이 “한때 야적장을 둘로 나누던 일반 도로 위에 우리가 서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지난 27일 오후 경기 평택·당진항의 현대글로비스 평택항 물류기지에서 직원들이 “한때 야적장을 둘로 나누던 일반 도로 위에 우리가 서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일반 도로가 사라지기 전인 지난 2013년 수출 차량이 20m 거리의 야적장 사이를 건너가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일반 도로가 사라지기 전인 지난 2013년 수출 차량이 20m 거리의 야적장 사이를 건너가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수출차 선적위해 도로 건널때
임시번호판 달아야 주행 가능
직원 4명 허가증 발급 매달려
10년 전부터 도로 폐지 청원

인근기업 반대로 무산…설득
작년 12월 두개 야적장 통합
744대 공간 추가 年40억 절감


지난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 평택·당진항의 현대글로비스 평택항 물류기지. 수출 차량의 야적장으로 쓰이는 17만㎡ 부지 한가운데에 주변 바닥보다 색이 진한 아스팔트 포장이 깔려 있었다. 선적을 기다리는 차들이 이 경계를 아랑곳하지 않고 빼곡히 세워져 있었지만, 바닥 색이 주는 위화감은 이곳이 과거 다른 용도로 사용됐음을 짐작하게 했다. 문재석 평택항 물류기지 센터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야적장을 둘로 나누던 일반 도로”라며 “수출 차량이 선적을 위해 이곳을 지나려면 4시간이나 소요됐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이 물류기지를 만든 현대글로비스는 기아차 광명·화성·광주 공장 등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야적장에 보관한 뒤 평택항 자동차 운반선에 선적해 수출하고 있다. 이날 역시 기지에 주차돼 있던 차들은 연륙교를 지나 부두로 향한 뒤 한 번에 6000대 이상을 나를 수 있는 5만t급 자동차 운반선에 실렸다.

얼핏 보면 별반 다를 것 없는 수출 부두 풍경이다. 하지만 한때는 이 평범함이 ‘사치’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발단은 지금은 새로운 아스팔트 포장으로 흔적만 남은 폭 20m, 길이 520m의 왕복 4차로 차도였다. 과거 도로를 경계로 부두와 접해 있는 야적장에서는 자동차를 바로 선적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그 반대편 야적장에서는 수출 차량이 도로를 건너야 했다. 문제는 현행법상 번호판이 없는 선적용 자동차는 도로주행이 불가능해 야적장에서 약 20㎞ 떨어진 평택시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임시운행허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4명의 직원이 하루 1000∼1500장의 임시허가증을 발급받는 작업에 매달렸다. 발급시간만 2시간이 넘었다. 또 도로를 건넌 뒤 허가증을 반납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문 센터장의 설명대로 4시간 이상이 걸렸다. 차량등록사업소에 나무로 만든 임시 번호판이 부족해 행정 절차가 지연될 때는 현대글로비스 측이 직접 목재소에서 번호판을 구해오기도 했다. 10초 동안 20m를 가기 위해 40㎞를 이동하고 4시간 이상을 쏟아부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진 배경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원래는 바로 옆 부지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가 현재 부지로 떠밀려 온 게 패착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동차 부두를 세우기로 한 곳에 컨테이너 부두를 건설하겠다고 계획을 바꾸면서 자동차 운반선의 배후가 돼야 할 현대글로비스 물류기지의 위치도 자연히 옮겨졌다. 그런데 하필이면 자동차 부두가 들어서는 곳 뒤편 부지는 가운데가 도로로 절단된 상태였다. 이 도로가 ‘손톱 밑 가시’가 되어 버린 것은 2005년 매립 작업이 완료되고 물류기지가 제 모습을 갖추고 나서부터였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이때부터 도로 폐지 청원을 제기했으나 인근 기업의 반대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2012년 6월 지자체가 도로 폐지를 조건으로 인근 입주기업의 동의서를 요구하는 등 전향적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문 센터장과 문태연 과장은 직접 발로 뛰며 6개월 동안 “단순히 한 기업을 위한 게 아니라 자동차 산업, 수출 경제, 더 나아가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제발 동의해 달라”고 인근 기업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섰다. 이를 통해 2013년 6월에 140개 기업과 평택항운노동조합 등 21개 지역단체로부터 동의서를 받아 99%에 달하는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후 현대글로비스는 일반 도로에서 산업부지로 용도 변경이 승인된 이 땅을 60억 원에 사들였다. 이웃 기업의 편의를 위해 인근 도로 개설과 주차장 개설비용으로 18억 원도 투자했다. 1만1731㎡의 공간이 새로 확보돼 최대 보관 가능한 차량 대수는 7471대에서 8215대로 늘어났다. 추가 행정 절차와 공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본격적으로 두 개의 야적장이 한데 뭉치게 됐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78억 원을 투입해 744대의 추가 차량 보관 공간을 확보했다는 의미 외에 연간 40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 횡단의 행정 절차를 처리하는 데 연간 20억 원의 인건비가 들어갔고 이에 걸리는 시간 동안 자동차 운반선을 붙잡아 놓는 데 매년 20억 원의 추가 정박 비용이 투입됐다고 한다.

결국 도로가 폐쇄되기 전까지 9년간 손톱 밑 가시 때문에 모두 360억 원, 1만1187시간이 낭비됐다는 얘기다. 문 센터장은 “10년간 도로 폐쇄를 추진하면서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들었다”면서도 “복잡한 행정 절차를 없애 국가의 수출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면에서 옳은 방향이라는 확신만큼은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평택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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