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활동 개시하자”
25일전 합의 쉽게 깨뜨려

野 “추가 피해대책 논의”
與 “늦어도 다음주 가동”

말로는 “민생” 외치면서
할 일 미루며 정쟁 ‘눈총’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빠진 정치권이 불과 25일 전 합의했던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리는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를 30일부터 출범시키기로 합의했지만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말로만 민생을 챙길 뿐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은 물론 그런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에 대한 위기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5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한·중 FTA 관련 여·야·정 협의체는 그간 추가 논의 의제를 놓고 삐걱대더니 결국 예정됐던 30일 오전까지 출범하지 못했다. 여야는 물밑 협상에 나섰지만 이날 출범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5일 합의문에는 ‘한·중 FTA 관련 상임위는 피해 산업에 대한 피해보전 대책을 마련하고 10월 30일부터 여·야·정 협의체 활동을 시작한다’고 돼 있다. 야당은 관련 상임위에서 대책 마련이 안 됐으니 협의체 출범을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고, 새누리당은 협의체에서 대책도 논의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이와 관련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만 할 뿐이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 활동 개시일이지만 야당은 협의체 참여 보류 선언 이후 별다른 입장을 안 보이고 있다”며 “늦어도 다음 주에는 협의체가 가동돼야 11월 말까지 비준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모든 쟁점은 협의체에서 다 다룰 수 있다”며 “새정치연합이 협의체를 시간 지연 전략으로 악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한·중 FTA나 여·야·정 협의체 관련 발언이 아예 없었다. 다만 이종걸 원내대표는 전날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불법 어로 방지, 월경성 황사 대책, 식품 위생 건강권 문제 등 추가적인 논의와 협상을 통해 이익 균형이 이뤄지는 성공적 FTA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야가 합의문에서 유리한 부분만 떼내 해석하며 ‘할 일’을 미루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정치권이 국민 앞에서 약속을 했으면 정치적 상황이 변하더라도 지켜야 한다”며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가 계속되기 때문에 정치 불신, 정치 혐오 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민병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