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득, 겹-사이, 2013, 광목에 먹, 155×255㎝
김호득, 겹-사이, 2013, 광목에 먹, 155×255㎝
김선두, 싱그러운 폭죽, 2014, 장지 콜라주에 먹과 분채, 90×135㎝
김선두, 싱그러운 폭죽, 2014, 장지 콜라주에 먹과 분채, 90×135㎝
조환, 무제, 2015, 스틸, 375×732×353㎝
조환, 무제, 2015, 스틸, 375×732×353㎝
학고재갤러리 ‘당대 수묵’展

수묵화가 진화하고 있다. 벼루에 먹을 갈아 붓으로 화선지 위에 그리던 수묵화가 현대에 들어와 추상, 구상, 설치미술 등 미술 전 분야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켜가기 위해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5인의 한·중 작가 그룹전 ‘당대 수묵’전 작품들이 그처럼 새로운 시각과 방법으로 재해석한 우리시대의 수묵화들이다.

먹의 자취를 힘차게 하얀 여백 위에 올리고 있는 작가 김호득의 작품에서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먹을 가지고 일필휘지로 그려낸 듯한 ‘겹-사이’ 연작들을 만날 수 있다. 하얀 여백 위에 거침없이 그어진 굵은 먹선에서 역동적인 기운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김 작가는 “일필휘지로 그린 것 같지만 3번, 4번 눈에 안 보이게 먹으로 덧칠해서 만든 작품”이라며 “먹만 가지고 먹 안에서 정신과 물질을 다 표현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태도를 평생동안 지켜왔다”고 말했다.

투박하지만 따스하고 포근한 풍경을 수묵채색으로 화폭에 담아내는 김선두 작가는 묵유오채(墨有五彩), 즉 먹에 다섯 가지 색이 있고, 수묵채색은 이를 화폭에 재현해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번에도 작가는 수묵을 붓으로 그린 다음 그 필선을 가위로 오려낸 실험적 콜라주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수묵의 필선을 뚫은 뒤 먹에 내재한 오색을 뒤에 드러내 보여주는 ‘싱그러운 폭죽’ 연작도 그 같은 작품들 중의 하나다. 이청준의 동명 단편에 대한 오마주인 ‘별을 보여드립니다’ 연작으로도 유명한 김 작가는 이번에도 연작 세 점을 함께 보여준다.

실험적인 수묵의 세계는 금속을 이용한 설치작품으로도 발전했다. 조환 작가의 작품이 바로 그 같은 것이다. 동양화의 기본인 서예에 바탕을 두고 작업해 온 조 작가는 2000년대 들어와 철판을 자르고 용접해 전통 산수와 서예의 획을 현대의 산물인 철을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반야심경을 차용한 설치작품 ‘무제(2015)’가 바로 그 같은 작품이다. 전시장 벽을 뒤덮은 철판에 새겨진 글은 중국 당나라의 서예가 장욱(張旭)이 쓴 반야심경 구절의 전문이고, 그 앞에 불교 설화에서 등장하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 놓여져 있다. 반야심경은 작가가 철판 위에 페인트를 사용해 직접 쓴 글씨를 공구를 이용해 직접 파낸 것이고, 배도 금속으로 새로 조형해낸 것이다. 조 작가는 “먹으로부터 한발짝 떨어져 보자. 먹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보자, 하는 생각으로 설치 미술을 통해 동양적 수묵의 세계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중국 작가 장위(張羽)와 웨이칭지(魏靑吉)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붓 대신 손가락을 이용해 만든 장위의 ‘지인(指印)’ 연작은 멀리서 보면 한국의 단색화를 연상시킨다. 식물성 재료로부터 얻은 천연 안료를 검지손가락으로 찍어 화폭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서양의 근대미술이 밀려들어오는 현실 속에 수묵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웨이칭지의 작업에서는 별로 가득 찬 파라마운트 영화사 로고, 스포츠 상표 퓨마 로고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중국 현대미술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85년 즈음 외국 자본이 밀려들어올 때의 거부감이랄까 그런 걸 표현했다”고 작가는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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