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성공모델’ 권위주의化 우려
터키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5개월 만에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단독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대통령제 전환을 위한 헌법 개정 등에 나설 것으로 보여 터키가 권위주의체제로 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 AP 통신 등에 따르면 AKP는 1일 치러진 총선 개표(99%) 결과 49.37%를 득표해 의회 총 550석 중 절반을 넘은 31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이 25.4%,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민족주의행동당(MHP) 11.9%, 친쿠르드 성향의 인민민주당(HDP) 10.6%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AKP는 지난 6월 7일 총선에서 40.7%를 득표해 258석을 얻으며 집권에 실패했지만 5개월 만에 단독 정권을 수립하게 됐다. 외신들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키식 모델의 종말’이라는 기사를 통해 “5년 전 터키는 헌법안에서 이슬람과 민주주의를 접목시킨 아랍권 국가의 성공 모델이었다”며 “그러나 AKP 정권이 10년 동안 이어지며 터키식 모델은 에르도안 대통령 중심의 권위주의적 체제로 바뀌어 갔다”고 분석했다.
야권과 일부 중산층은 이번 총선을 치르며 이 같은 권위주의에 강하게 반발했다. HDP 측은 개표결과 공개 후 “유감스럽다. 공정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은 선거였다”고 논평했고, 이스탄불 부두 주변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중산층 알리 보두르는 이번 조기 총선을 앞두고 WSJ에 “오래된 엘리트가 권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향후 총리가 정부를 이끄는 내각제에서 대통령이 실질적 정부 수반이 되는 개헌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터키는 2007년 AKP가 추진한 대선 직선제 도입 등의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켜 대통령 임기를 5년 연임으로 수정하고 헌법개정제안권, 내각회의와 국가안보회의 주재권 등을 부여했지만 내각제는 바꾸지 않았다. 터키에서 개헌에 필요한 의석수는 재적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367석으로 총선 승리 후에도 AKP의 의석수는 이에 51석 부족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