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사진)이 ‘진화’하고 있다. 데뷔 초기 비현실적인 신체 비율과 조각 같은 얼굴로 주목받았던 그가 13년 차 배우로 성장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매 작품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그는 외모를 앞세워 자신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신선한 소재로 독특한 이야기를 펼치는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전우치’(2009년)에서 천방지축 악동 도사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를 펼친 그는 ‘초능력자’(2010년)에서는 눈빛 하나로 사람을 조정하는 캐릭터를 강렬하게 연기했다. 또 ‘의형제’(2010년)에서는 작전에 실패하고 버림받는 남파공작원 역할을 특유의 깊이 있는 연기로 소화해내 호평받았으며 지난해 ‘군도:민란의 시대’의 아름다운 악역과 ‘두근두근 내 인생’의 따뜻한 아버지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며 끊임없이 변신을 이어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한국 영화에서는 낯선 소재인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로 관객을 찾아온다. 5일 개봉하는 ‘검은 사제들’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후 악령에 씐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구마(驅魔·마귀를 몰아 내쫓음) 의식을 행하는 두 신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 신부(김윤석)를 도와 구마를 진행하는 최 부제 역을 맡았다.
이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업적으로 통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강동원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의 장르가 다양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 나 같은 상업배우가 이런 영화를 꾸준히 찍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영화의 상업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새로운 소재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상업영화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컬트(Occult·초자연적 현상) 영화가 아닌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다가왔어요. 두 사제가 뭔가를 의심하며 찾아내려 하는 이야기가 흥미를 돋우고, 액션도 적절히 담겨 재미있는 영화로 완성됐죠. 물론 새로운 작품에 대한 도전의 의미도 크지만 이 정도면 관객들이 받아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그는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영화의 배경을 이해하고, 캐릭터에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제가 종교가 없어요. 그래서 신부라는 직업도 생소해요. 가톨릭의 역사를 공부했고, 한 신부님과 5일 동안 생활하며 캐릭터를 다졌어요. ‘전우치’에서 연기한 도사는 아무도 모르는 캐릭터라 제가 이미지를 만들면 되지만 이번에 맡은 역할은 제가 제대로 알아야 관객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최 부제는 영어와 중국어, 라틴어 등 3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캐릭터다. 강동원은 A4용지 3장 분량의 라틴어 기도문을 모두 외웠고, 이 기도문을 노래로 부르기도 했다. 이런 그의 노력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사실 제가 대충 해도 아무도 모를 거예요. 라틴어는 사장된 언어니까요(웃음). 그래도 제대로 하기 위해 라틴어로 된 모든 대사의 뜻을 이해한 후 발음 연습을 하고, 외우기 시작했어요. 제가 아직 부산 사투리가 남아있어서 처음에는 라틴어가 사투리처럼 들리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다 외운 후에 관객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순화 작업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기도문을 노래하며 녹음했고요.”
‘군도:민란의 시대’ 이후 발성연습을 해왔다는 그는 자신의 다음 숙제로 ‘디테일’을 꼽았다.
“연기를 위해 1년 넘게 호흡법을 연습했고, 소리 내는 방법도 바꿨어요. 그래서 이번에 기도문을 노래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나올 거에요. 이제는 제가 디자인 하면 그대로 나오지만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게 고민이에요. 얼마 전 이명세 감독님을 만났는데 제게 ‘앞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가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다음 작품부터는 디테일에 신경 써보려고 해요. 손짓 하나도 깊이 있게 표현하다 보면 캐릭터의 맛이 더 잘 살아날 거예요.”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그는 쉼 없이 작품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올해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 등 세 작품을 촬영했어요. 주연배우가 한 해에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한 건 전례가 없을 거예요. 군대에 있던 시간을 빼고는 1년에 한두 작품씩 끊임없이 해왔어요. 앞으로도 쉬지 않고 영화를 찍을 거예요. 호흡을 쉬어가야 하는 배우도 있지만 저는 계속 부딪히며 조금씩 발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