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3일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교과용 도서 구분안을 확정 고시(告示)한 것은 국정화 절차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다수 국민이 역사교과서 좌편향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시대착오적인 국정화보다는 검·인정 강화를 선호했지만, 박 정부는 국정화 강행을 확정한 것이다. 국정화는 정부의 고유 권한인 만큼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찬반을 둘러싼 국론 분열이 갈수록 첨예화하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걱정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정부가 2일 예고 기간이 끝나면 찬반 의견을 정리해 5일 발표키로 했던 계획을 바꿔 이틀 앞당김으로써 관련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비판까지 자초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야당이 국정화 강행을 비판하고 반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은 논리적·학문적이어야 한다. 의회민주주의와 책임 정당의 본연에서 일탈해서도 안 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아직 발간되지도 않은 교과서를 무조건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로 규정하고 장외투쟁에 이어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고, 의사 일정을 ‘보이콧’하는 것은 원내 128석을 가진 제1야당이 선택할 방법은 아니다. 국회에서 매일 같이 공청회와 토론회를 열어 국정화 부당성을 알리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정권 교체의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옳다. 특히,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좌편향’이라는 내용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을 모아 그 실체를 검증하는 자리를 만든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면서 주요 국정과 민생을 포기할 수 없어 부득이 국회 가동에는 응한다는 양해를 구한다면 다수 국민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청와대와 여야 모두에서 국정화 시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숨은 의도가 보인다는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는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지지층의 결집 현상을 보여준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경우, 지난 10·28 재·보선에서 또 패배해 문재인 대표 책임론 제기 등 분란의 조짐이 있었지만 교과서 투쟁에 덮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노골적으로 ‘보수 결집’을 외치고 있다. 여야는 교과서 논쟁을 정치화해 더 악화시키는 행태를 그만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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