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하는 유병선의 표정이 어둡다. 서류를 편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이틀간 소매상 37명, 마약 구입자 275명을 체포했습니다.”
오후 3시 반, 한랜드의 장관 집무실 안이다. 서동수는 잠자코 시선만 주었고 유병선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밀입국자 합숙소와 북한인 거주촌인 ‘북촌’을 경찰 병력이 집중 단속하고 있습니다.”
소매상과 구입자 대부분이 북한계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대부분인 북한계는 싼 가격으로 퍼진 마약에 무방비 상태로 빠져들었다.
“펭귄촌, 러시아인 거주지는?”
서동수가 묻자 유병선이 서류를 넘기고 나서 대답했다.
“중국계, 러시아계 순으로 마약이 퍼졌는데 전체의 40퍼센트 정도입니다.”
“일본 야쿠자가 뿌린 건 확실한가?”
“체포된 곽병택, 일본명 가네야마 한 명뿐인데 이자는 중간상이고 윗선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서동수는 길게 숨을 뱉었다. 치안 책임자인 내무부장 안종관은 요즘 마약사범 소탕에 밤을 새우고 있다. 지금까지 소매상 100여 명과 구입자 500여 명을 체포했으니 한랜드 개국 이후로 이런 사건은 처음이다. 그러나 아직도 끝없이 이어진 고구마 줄기처럼 마약사범이 솟아나오고 있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유병선을 보았다.
“여론은 어때? 민심은?”
“그것은…….”
숨을 들이마신 유병선이 입을 다물었다. 한랜드에는 아직 여론조사기관이 없다. 한때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수많은 여론조사기관을 운영했고, 나중에는 여론조사기관이 여론을 선도하는 것처럼 보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소신과 자신감이 있는 지도자는 여론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이 알게 된 것이다. 서동수가 갑자기 여론 동향을 물어보는 바람에 조금 당황했던 유병선이 곧 헛기침을 했다.
“안 부장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북한계와 중국계 주민의 불만이 크다고 하더군요.”
“…….”
“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주민도 많다고 했습니다. 검문검색을 철저히 하는 바람에 일부는 반항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계 주민은 많지도 않지만 대부분이 고급 주택가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검문검색이 드물다. 일본 야쿠자가 마약을 들여왔다는 소문이 퍼져 있어도 그렇다. 내무부에서 철저하게 캐보았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책상 위의 흰색 전화기가 울렸으므로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다. 직통전화다. 서동수의 눈치를 살핀 유병선이 전화기를 집더니 응답했다.
“예, 비서실장 유병선입니다.”
그러더니 유병선이 어깨를 부풀리는 것을 보면 숨을 들이마신 것 같다. 놀라는 시늉이어서 서동수가 긴장했을 때 유병선이 송화구를 손바닥으로 막더니 물었다.
“장관님,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옥영 씨라고 하는데요. 받으시겠습니까?”
유병선의 시선이 서동수의 가슴께로 내려와 있다.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전화기를 건네받았다.
“어, 그래. 전화해 주었구먼. 무슨 어려운 일 있어?”
서동수가 떠들썩한 목소리로 물었더니 이옥영이 대답했다.
“장관님,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전화 드렸는데요. 지금 바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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