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노년층 잡기 공약 발표
복지투자 집중 ‘악순환’ 우려


문화일보 ‘40·50·60 세대별 정치의식’ 조사에서 재차 확인된 60대의 보수성은 노년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되는 ‘실버 폴리틱스(silver politics)’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60대는 전체 유권자의 11.0%, 70세 이상은 10.7%를 차지했다.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노년층의 특성으로 투표율을 감안한 실제 투표자 수는 60세 이상이 26.9%(60대 14.3%, 70세 이상 12.6%)에 달했다. 이들은 보수정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한편, 정부·여당의 정책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성향을 나타내 분명한 ‘표심’을 드러냈다.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비교적 단일한 성향을 나타내는 집단의 영향력은 이미 수차례 선거에서 확인되고 있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유능한 경제정당, 안보정당의 면모를 갖추려 하는 것도 이 같은 노년층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는 측면이 강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실버 폴리틱스 경향이 강화돼 ‘노년층에 의한 정치(Rule by Old People)’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모험적인 정책보다는 사회 안정에 주안점을 둔 정책이 강조되고, 상대적으로 극단적인 이념보다는 안정적인 사회 변화를 도모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실버 폴리틱스의 한계도 뚜렷하다. 일본에서 등장한 신조어인 ‘실버 민주주의’는 고령화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에서 정치권이 고령화 인구에 편향된 공약과 정책만을 내놓는 세태를 의미한다. 실버 민주주의에서는 젊은 층이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결과 복지정책에서 젊은 층의 실업 문제 해결보다는 노년층의 복지에 투자가 집중되고 장기적인 선순환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LG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복지 예산 중 고령자에 대한 예산 비중은 1973년 25%에서 1992년 60.2%, 2012년 68.3%로 크게 높아졌다. 미국에서도 60대 이상이 18∼25세 집단보다 복지 혜택을 17배가량 더 받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가파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에서도 이 같은 실버 민주주의 경향이 조만간 닥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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