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조원초교 교정에서 윤교철 교장과 학생들이 낙엽으로 놀이를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수원 조원초교 윤교철 교장
“경기 평택시의 한 초등학교에 교감으로 부임한 첫해에 부임을 축하하는 떡을 아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적이 있습니다. 떡을 학생들과 나눠 먹는 자리에서 조손 가정의 한 학생이 떡 한 덩어리 중 반만 먹고 나머지 반은 집에 계신 할머니께 가져다 드리기 위해 깨끗한 휴지에 곱게 싸서 가방에 넣는 것을 봤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렇게 바르게 자라고 있는 학생들을 그 모습 그대로 지켜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1976년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좋은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는 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조원초교 윤교철(60) 교장은 지난 10월 2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40년 동안 교사로 생활하면서, 교직 생활을 시작하며 품었던 꿈처럼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왔다. 그는 “부모와 사회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교사인 나라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아이들 곁에 있으려고 애썼지만 부족한 게 많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자식처럼 돌보던 윤 교장은 1996년 파주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당시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학생을 입양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 가지 여건상 학생을 입양할 수 없었던 것이 지금도 못내 아쉽다. 그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한 학생이 잘 씻지도 않고 맨발로 등하교하는 것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집에 데려다가 자식처럼 보살펴줘야겠다는 꿈을 품었으나 보육원 측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학생의 법적 부모가 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숙직실에서 더러워진 아이의 머리를 감기고 얼굴을 씻겼다. 아들의 옷과 신발을 가져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주기도 했다.
그는 전교생이 60명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평택의 초등학교에서 교감으로 재직할 때도 조손 가정과 어려운 경제 형편의 농촌 지역 학생들을 돕는 데 앞장섰다. 그는 “조손 가정이나 농촌 지역의 학생들은 집에 오락거리가 없어서 일찍 등교한다”며 “수업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학교에 와 있는 아이들이 심심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아이들과 함께 일찍 출근해 탁구도 하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위한 윤 교장의 배려는 이처럼 작지만 세심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도시의 학생들처럼 학원 수강이나 과외수업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고려해 학교 도서관에서 독서하며 과외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윤 교장은 “직접 나서서 책 후원을 받으러 다니기도 했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경제적인 사정으로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책을 통해서라도 공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고 밝혔다. 윤 교장의 이 같은 노력으로 학교는 그가 부임한 2년 차에 전국 도서관 최우수 학교에 뽑혔다. 그는 또 형제가 한둘밖에 없는 조손 가정의 학생들을 위해 고학년과 저학년 학생들 간에 의형제를 맺어주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학교에서 연 2회 이상 이웃돕기 행사를 진행한다. 윤 교장은 지난 10월에는 수해를 당한 조원초교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는 “학교에 수해를 입은 학생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가정 방문 때 살펴본 학생의 집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방에 물이 찬 상황에서 7명의 가족이 좁은 거실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고 당장 나서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윤 교장은 오랜 교사 경력을 바탕으로 교내 사회복지사와 함께 피해 학생을 돕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는 교내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전교 학생과 교직원에게 개인 저금통을 나눠준 뒤 모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회복지재단과 연계해 주거 보증금 지원도 신청했다.
윤 교장과 조원초교 학생들의 도움으로 지붕에 물이 새고 벽지에 곰팡이가 잔뜩 슬어 퀴퀴한 냄새가 나는 집에 살던 학생은 새집 보증금과 이사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는 “학생들이 자신이 모은 적은 돈이 모여 친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얼마나 보람을 느끼는지 모른다”며 “어릴 때부터 남을 돕는 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커서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 해도 남을 돕지 못하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남을 돕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들과 이웃돕기 행사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윤 교장은 교장이 된 이후에는 어떤 학교에 부임하든 가장 먼저 해당 학교에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파악한다. 4년 전 조원초교에 부임한 후에도 교내 사회복지사와 교사들에게 요청해 다자녀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등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을 먼저 파악했다.
퇴임을 불과 2년 앞둔 윤 교장의 하루는 늘 학생들을 돌보는 일로 시작해서 학생들을 걱정하는 일로 마무리한다. 그는 “매일 아침 학생들의 등굣길에 마중 나가 계절에 맞지 않게 옷을 입고 온 아이는 없는지, 아이들의 준비물이 너무 무겁지는 않은지를 살핀다”고 말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교장실로 따로 불러 고민을 듣는 등 항상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살피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윤 교장은 “좋은 학교는 좋은 교사가 만든다는 생각으로 남은 교직 생활도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