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충돌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박근혜정부가 4일 미·중 국방장관도 함께한 국제무대에서 항행(航行)의 자유 등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적절했다. 정부가 그동안 양자회담이나 비공개 회의 등에서 이런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관련 당사국들의 국방장관이 모인 가운데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관련 당사국 간 체결된 행동선언(DOC)의 효과적이고 완전한 이행과 함께 행동수칙(COC)의 조기 체결 노력에 실질적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미국이 이런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미국 편들기 또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DOC는 2002년 중국과 아세안이 영유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 남중국해 지역에서의 항해 및 비행의 자유, 무인도·암초 등에 주민 상주화와 시설물 설치 등의 자제 등을 골자로 채택한 선언이다. 또한 국제법과 관례에도 부합하는 만큼 DOC 지지를 특정국 지지로 볼 수 없다. 아세안은 구속력 있는 이행 방안을 담은 COC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ADMM-Plus에서 중국은 남중국해 논의 자체를 봉쇄하려 했다. 다자회의에서 자신의 입장을 당당히 밝히고 논의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의 명분이 약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긴장의 수위도 점차 높아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외교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당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5∼16일·터키),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8∼19일·필리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21∼22일·말레이시아) 등 남중국해 문제 거론이 확실시되는 다자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한국은 국제법과 DOC 원칙 아래 남중국해 항행자유를 일관되고 당당하게 지지해야 한다. 남중국해는 단지 미·중과 아세안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역에 경제의 사활이 걸린 나라로서 수출입 물량의 30%, 원유수송량의 90%가 이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득이 한 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 당연히 한미동맹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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