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칼을 빼 들었다. 성폭력·금품수수·음주운전 등의 징계수위를 높인 지방공무원 징계에 관한 시행세칙을 제정하겠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솜방망이식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가 성과상여금을 나눠 먹는 행태에 대해 최고 파면까지 가능토록 규정한 내용이다. 인사 제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벌하는 내용이 시행세칙에 포함되는 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개발연대의 눈부신 경제성장 견인차 역할을 해온 공무원 집단의 생산성과 사기는 다른 개발도상국의 벤치마크가 돼 왔다. 공적개발원조(ODA)의 단골 메뉴로 각 분야의 공무원 인사 제도가 등장한다. 그러나 최근 민간 부문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정부의 역할 기대가 바뀌면서 공무원 인사 제도에 있어서도 혁신이 필요하게 됐다. 대표적인 혁신 정책 중 하나가, 근무 연수가 많아지면 급여도 늘어나는 연공급 제도에서 성과에 따라서 급여의 차등 지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성과급 제도로의 전환이다.
물론 공무원이 수행하는, 특히 지방공무원이 수행하는 일상적인 집행 업무의 경우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부분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성과 측정이 없는 경우 개선의 동인(incentive)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재의 공무원 성과급 제도가 도입,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의 경우 노조에서 이러한 성과급 배분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균등 금액으로의 재분배를 시행하는 사례가 자주 발견되곤 했다. 이제는 이러한 부당한 행위에 철퇴가 가해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4대 개혁의 하나로 공공개혁과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성과급 제도는 이러한 공공개혁과 노동개혁에 중첩된 영역으로, 생산성을 제고하고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두들 안주하고 싶은 경향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생산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려면 성과급 제도가 필수적이다. 현재의 근무 연수만 늘어나면 보수가 자동적으로 많아지는 연공급 제도로는 활력 있고 경쟁력 있는 공공 부문을 유도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이 청소년들이 성장해서 중장년이 되면 경쟁력 순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맨 뒤쪽으로 처진다. 2013년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결과를 보면 성인의 언어 능력, 수리력, 컴퓨터 기반 환경에서의 문제 해결력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성인의 언어 능력은 OECD 회원국의 평균 수준이지만, 수리력과 컴퓨터 활용 능력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연공급 제도와 일을 가지고 평가하기보다는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승진 등의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역량 개발의 우선순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성과급 제도가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요즘 공무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이른바 ‘전관예우’ 문제로 퇴직 공무원들이 유관 기관에 취업하는 길마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치명타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방공무원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위상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고, 입직(入職)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이제 공직에 대한 유인가(誘引價)도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성과급 제도의 실행력 확보를 위해 이번 행자부의 지방공무원 징계에 관한 시행세칙 제정에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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