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협정문 보니…회원국 중간재 사용 제품
원산지 자국산으로 인정
가입때 한국에 유리해져

지재권 보호 강화 등
불리한 조항도 있지만
“가입하는 게 국익 유리”

美 의지 강하게 반영된
다자간 메가FTA 확인
러셀 “세계적 수준 협상”


5일 뉴질랜드 정부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문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시장 개방 내용을 담고 있어,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해야 하는 당위성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서비스분야의 지적재산권 보호나 국영기업 우대금지 강화 등의 내용은 우리 산업에 불리한 조건으로, 향후 이 같은 조항들이 우리나라의 TPP 가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기업 우대 금지 및 지적재산권 강화 등 난제 = 이번 TPP 협정문은 세계 경제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유지하겠다는 미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실제로 TPP 규범 부분에서 서비스분야의 지재권 보호 기준이 상당히 강화되는 한편, 국영기업 우대금지, 즉 공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하라는 미국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됐다.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해 지재권 분야에서 우리나라도 미국의 기준에 상당히 근접해 있지만, 이번 TPP 협정문 상의 지재권 보호 기준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규제를 보다 엄격히했다. 참여국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은 국영기업의 사업이 다른 참여국 산업에 피해를 입힐 경우 이의제기 절차 등을 통해 제한될 수 있다.

TPP 협정문은 국영기업을 ‘정부의 직·간접적 소유 또는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30개 공기업이 국영기업으로 대접받는 것이다. 미국 등이 조항의 유권해석을 폭넓게 할 경우 우리의 국책금융기관도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국책은행의 부실기업 지원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금지 조항으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 정부가 농어업 분야에 대한 비과세 혜택 등을 지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 10월 TPP 협정 체결 발표 당시 이 같은 조항들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 접근과 관련해선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 기계류 등에서 시장 개방의 부담을 안게 된다. 하지만 개별 품목에 대한 시장 개방의 시기와 정도는 우리 정부가 TPP 가입을 위한 본격 협상에 돌입하며 추가로 논의될 부분이다. 정부는 “일부 품목에 대해 우려가 크지만, 협상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도 가입하는 게 국익 커”= 전문가들은 TPP 협정이 우리 무역에 불리한 측면도 있지만 ‘다자간 메가 FTA’에 우리나라가 참여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TPP에 참여하면 ‘원산지 누적 기준’ 조항은 이제 우리에게 상당한 이익이 될 전망”이라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해야 할 당위성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원산지 누적 기준은 TPP 12개 회원국이 생산한 중간재를 사용해 최종 제품을 만들 경우 중간재의 원산지를 자국산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한·미 FTA에 버금가는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상당히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참여국 정부가 조달하는 사업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가능성도 더 커지게 된다. 전자상거래 제도 역시 기준이 명확해지며 우리 무역의 통로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지재권 분야 강화 등의 규범 역시 미국·일본에 대해선 불리하지만, 나머지 참여국들에 대해 우리 상품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이와 함께 일본·뉴질랜드가 자국의 농축산 분야를 당초 기대만큼 보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우리도 쌀 시장과 같은 민감 품목에 대한 협상 대응 방안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아시아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미국의 아시아 정책’ 강연에서 “TPP는 노동 권리와 환경, 개발 문제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협상”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중국의 TPP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중국이 참여하려면 미국과의 양자 간 투자협정(BIT)이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TPP 협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클린턴 전 장관이 아직 협정을 보지 못했는데, 협정을 본다면 내가 클린턴 전 장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답했다.

박정민 기자,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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