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쟁에 예산안 발목 잡혀
19대 국회 들어 매년 되풀이
“野 보이콧은 與 도와주는 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5일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 의정활동을 전면 보이콧한 지 3일째다.

예산안 자동 부의가 이뤄지는 다음 달 2일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예산 부실심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대 국회 내내 그랬듯이 정쟁에 예산안이 볼모로 잡히는 구태가 올해도 재연된 셈이다.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5일 KBS 라디오에서 “원래 올해 예산 심사는 상당히 여유가 있었는데 다음 주까지 파행이 계속되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며 “오늘부터는 어떤 형태로든 의사 진행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이날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회의를 진행했다. 주말 중 야당의 국회 복귀가 이뤄지더라도 예산안조정소위 활동 등 이달 말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하기에는 빠듯한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소위에서 감액·증액 심사를 하는 데에만 적어도 2주는 필요하고 앞뒤로 자료 정리 등 시간까지 감안하면 이번 주에 열심히 심사를 해도 시간이 부족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19대 국회 들어서 예산안 심사가 정쟁의 볼모가 된 이 같은 상황은 매년 되풀이됐다. 2012년에는 여야 모두 12월에 있는 대통령 선거에 정신이 팔려 정기국회 자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데다 막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관련 예산의 증액을 놓고 논란을 벌이다 해를 넘겨 예산안이 처리됐다.

2013년에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정쟁을 벌이다 늑장 처리했다. 2014년에도 3∼5세 유아들을 위한 누리 과정 예산을 놓고 대치 국면이 벌어지다 결국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2일 처리됐다. 올해도 지금 같은 대치 국면이 진행되면 정쟁이 예산안 심사의 걸림돌이 돼 결국 부실·늑장 심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선진화법으로 어차피 12월 2일 정부의 예산안이 자동부의되기 때문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시간만 끌면 되는 것”이라며 “야당이 투쟁하고 회의를 보이콧하면 결과적으로 여당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교과서 때문에 예산안 심사를 보이콧하고 국회를 멈추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며 “보다 철저하게 예산안에 대해서는 검증·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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