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 사는 30대 주부 B 씨도 최근 조사요원의 요란한 방문으로 인해 기분이 몹시 상했다. 오후 9시가 넘어 돌이 갓 지난 아기를 겨우 재웠는데, 조사요원의 방문으로 인해 아기가 잠에서 깬 것이다. 그는 “꼭 밤늦게까지 초인종을 눌러 가며 조사요원이 찾아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조사도 좋지만, 밤늦게 방문하는 것은 삼가는 등 기본적인 에티켓은 지켜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1061억 원의 예산을 들여 5년 만에 전국에서 실시 중인 인구주택총조사가 일부 조사요원들의 강압적인 태도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 조사요원들이 무리한 조사를 하는 이유는 할당 조사량에 턱없이 못 미치면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계약 구조 때문인 것으로 5일 드러났다. 조사요원들은 할당받은 가구에 대해 조사를 완료해야 약정된 금액 77만9360원을 받을 수 있다. 일부 가구에 대해 조사를 완료하지 못해도 약정 금액이 지급되기는 하는데, 이 경우 조사요원이 수차례 찾아갔다는 등의 증빙을 해야만 한다.
가구 방문을 피해야 하는 시간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요원 가구 방문 유의사항’ 교육안을 보면 “너무 이른 시간이나 너무 늦은 시간에 방문하지 말라. 가급적 낮에 방문하라”고 모호하게 규정했다. 조사요원마다 ‘너무 늦은 시간’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어 오후 9~11시 사이에도 방문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통계청이 방문금지 시간 등을 상세히 규정한 ‘조사 가이드라인’을 지금이라도 현장에 내려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종교, 활동단체, 전세금, 방 개수까지 묻는 전방위 조사에 대한 거부감과 개인 정보 유출 우려까지 더해져 조사를 망설이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조사에 응한 회사원 정모(여·39) 씨는 “정부가 공공목적으로 조사한다고 하지만, 세세한 개인 정보를 다 밝히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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