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셨어요?”
“어, 그래. 잘 왔어.”
서동수가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뒤에 선 둘도 부드러운 표정이다. 이윽고 넷이 자리에 앉았을 때 서동수가 이옥영을 보았다.
“어쨌든 한랜드를 생각해주는 이옥영 씨한테 감동했어. 고마워.”
“아닙니다, 장관님.”
볼이 붉은 사과처럼 달아오른 이옥영이 재킷 끝을 손가락으로 비틀었다.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이자 이옥영이 작게 기침을 했다.
“제 카페에는 밤 9시만 되면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여서 24시간 영업을 하죠.”
그렇게 이옥영이 입을 열었다. 이옥영은 서동수에게 이번에 일어난 대사건에 대해 제보할 것이 있다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이옥영은 휴게소 카페에서 사내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는 것이다.
“장관님이 들르신 이틀쯤 후인데 밤늦게 손님들이 왔습니다. 모두 한국인이었지요. 그런데 한국인도 있었고 북한인도 있더군요. 저한테 카레이스키라면서 조선족까지 다 모였다고 했으니까요.”
이옥영이 준비를 한 듯 제법 조리 있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제 앞에서는 이야기를 꺼렸습니다. 저도 들을 생각이 없어서 지나치다가 문득 ‘내란’이라는 말을 듣고 정신이 들었지요. 우즈베크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니까요.”
이옥영이 반짝이는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숨을 쉴 때마다 풍만한 가슴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 가족이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데요? 이곳이 마지막 희망인데 내란이라니요? 말이나 됩니까?”
이옥영의 얼굴이 더 상기되었고 목소리가 떨렸다. 어깨를 부풀렸던 이옥영이 손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제가 주방에 숨어서 그 사람들 사진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한국제 휴대전화여서 확대해도 선명하게 나오더군요.”
안종관이 불쑥 손을 뻗었다가 멈추고는 서동수를 보았다.
“장관님, 제가…….”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고 나서 이옥영에게 말했다.
“고마워, 이옥영 씨 희망은 꺾이지 않을 거야.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그때 안종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손에 이옥영의 휴대전화를 쥐고 있다. 그것을 본 이옥영이 말했다.
“자물쇠는 희망의 H자로 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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