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이룩한 한국 국민들이 미얀마의 로힝야족처럼 핍박받는 전 세계의 소수민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랍니다.”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세계민주주의운동(WMD) 제8차 대회에 참석한 와이와이 누(여·28) 아라칸여성평화네트워크(WPNA) 이사 겸 로힝야 운동가가 ‘민주화운동 공로자상’을 공동 수상하며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WPNA는 지난 2012년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발생한 불교도와 로힝야 무슬림 간 유혈충돌사태 이후 누 이사가 설립한 로힝야 지원 단체다.
불교국가인 미얀마 정부는 지난 1980년대부터 무슬림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은 채 ‘화이트카드(임시거주허용권)’만 발급하는 등 인권탄압을 자행해오고 있다. 라카인주에는 현재 130만 명의 로힝야 원주민들이 교육이나 취업 모든 면에서 제한을 받은 채 살고 있으며, 수십만 명에 달하는 로힝야인들은 핍박을 피해 해상을 표류하는 ‘보트피플’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누 이사는 “최근 ‘보트피플’이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 인접국가의 인신매매단에 의해 납치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으며, 곧 우기가 닥치면 바다 한가운데서 수장되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8일 치러지는 미얀마 자유 총선에 대해 누 이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올해 초 투표권마저 박탈당했지만,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수지 여사는 총선 출마 선언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다수 불교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로힝야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누 이사는 “NLD의 반대편에는 소수민족 탄압을 일삼는 군부독재정권이 있다”면서 “우리는 민주주의 운동의 상징으로서 수지 여사와 NLD를 지지해야 하며, 그들이 집권한 이후 우리들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NLD가 테인 세인 현 대통령이 속한 군부 출신 위주의 통합단결발전당(USPD)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누 이사는 “나는 인권운동가이지만 여성으로서 꾸미고 싶은 마음도 크다”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미얀마에서는 한국 영화와 케이팝이 상당히 유명해서 내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말에 친구들이 모두 부럽다며 난리더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WMD 민주화운동 공로자상’의 또 다른 공동수상자로는 지난해 홍콩 우산혁명 주역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홍콩학련)’와 아프리카 정부의 부정부패를 고발한 아프리카 탐사보도 언론인이 선정됐다. 네이선 로(羅冠聰·22) 홍콩학련 사무총장은 이날 “커뮤니케이션 통로나 법적인 저항 수단이 막힌 상황에서 지난해 우리는 도로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당시 국내외적으로 유명해진 우산혁명은 시민들이 더 이상 정치문제에 무관심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정치적 유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WMD는 비민주 국가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로, 전미민주주의기금(NED·회장 칼 거슈먼)의 후원을 받아 매년 민주화 운동 공로자를 선정해 수상하고 있다. 지난 1~4일까지 개최된 이번 서울대회에는 미얀마를 비롯해 이란 등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활동가 400여 명이 참석해 민주주의 증진전략 등을 논의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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