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억지설정 뺀 ‘MSG없는 드라마’
가족 이야기가 연말을 향해 가는 방송가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막장, 불륜, 판타지 등 자극적인 소재로 범람했던 방송가에 ‘가족’의 이야기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전원일기’와 ‘그대 그리고 나’를 쓴 김정수 작가의 MBC 주말극 ‘엄마’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잔잔한 감동을 주는 가운데 세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88’(연출 신원호·사진)이 ‘가족극’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다.
가족 이야기는 과거 한국 드라마의 근간이었다. ‘전원일기’와 ‘한지붕 세가족’을 비롯해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등 가족과 이웃의 사연을 담은 작품들이 장기간 사랑받았지만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이런 상황을 아쉬워하던 신원호 PD가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선보이는 ‘응답하라 1988’은 2015년판 ‘한 지붕 세 가족’을 표방하며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같은 골목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신 PD는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련된 세상에 촌스러운 가족 드라마 하나쯤 나오는 건 어떨까 싶어 이번 드라마를 만들게 됐다”며 “가족이란 마치 공기처럼 옆에 있는 존재들이라 꼭 필요하지만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소소한 기억들 위주로 에피소드를 구성했고, 암이 걸리거나 누가 죽는 등 ‘센’ 이야기들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엄마’의 근간은 가족 해체가 만연한 상황 속에서 그래도 가족이 마지막 안식처라고 웅변하며 공감을 산다.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억지 설정 없는 ‘엄마’는 ‘MSG 없는 드라마’라 불린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봐도 어색하지 않은 드라마”라며 “각박해지는 세태와 더 ‘센 것’을 요구하는 드라마 풍토 속에 오히려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가족을 보듬으려는 이야기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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