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사토가 소리쳤지만 뒷말을 잇지 못했다. 좌우에서 다가온 사내 둘이 팔짱을 낀 순간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식당 도쿄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사내들에게 잡힌 것이다. 오늘은 마사무네가 쉰다고 해서 혼자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이렇게 되었다. 식당 앞에 주차된 승합차에 태워진 것은 잠시 후, 차 안에는 사내 셋이 더 있었으므로 그들이 타자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리고 누구십니까?”
어깨를 편 사토가 다시 일본어로 물었지만 대답하는 사내는 없다. 모두 시선만 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토가 이제는 한국어로 말했다.
“난 일본인입니다.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차창 밖으로 한낮의 시베리아 햇살이 비치고 있다. 오후 1시 반, 승합차는 이승만로를 기운차게 달려가는 중이다. 다시 입을 열려던 사토는 앞쪽 사내가 방한복을 열고 가슴에서 담배를 꺼내는 것을 보고 나서 어깨를 늘어뜨렸다. 안에 경찰 제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담배를 꺼내 문 사내가 불을 붙이더니 담배 연기를 사토의 가슴에 대고 길게 뿜었다. 연기가 가슴에 부딪히더니 사토의 얼굴을 덮었다.
“마사무네는 체포했지?”
사내가 불쑥 묻자 사토 옆에 앉은 사내가 대답했다.
“예, 조금 전에 체포해서 압송 중입니다.”
한국어였지만 사토는 다 듣는다. 담배를 피우는 사내가 상급자 같다. 다시 연기를 내뿜은 사내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이놈들은 내란음모죄로 30년은 감옥에 있어야 해. 이야기 들을 것도 없어.”
사토는 숨을 들이켰다. 내란음모라니? 나는 심부름을 했을 뿐이다. 마사무네가 시킨 대로만 했지 나는 전체 윤곽을 모른다.
“이놈이 만난 놈들도 다 체포됐으니까 이제 사건 윤곽은 드러나겠군.”
“잠깐만요.”
사토가 필사적인 표정으로 사내를 보았다. 눈앞에 다섯 살짜리 딸 히메의 얼굴이 떠올랐다. 30년이라니? 내가 왜? 그날 오후 6시 반이 되었을 때 안종관은 경찰청장 김상영의 보고를 받는다.
“사토가 다 털어놓았습니다. 대체적인 윤곽은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마사무네가 만난 사람과 대화 내용, 자신이 심부름한 내용까지 자백했습니다.”
한국 경찰청장 출신인 김상영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퍼즐 조각이 거의 모인 셈이니까 맞추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마사무네는?”
“지금 숙소에 있는데 사토가 체포된 것을 알겠지요.”
마사무네가 체포되었다고 사토에게 말한 것은 위축시키기 위해서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 이옥영이 가져온 정보는 헝클어진 실처럼 얽혀있던 사건을 해결해줄 계기가 되었다. 휴대폰에 찍힌 사진에는 사토와 한국계 조폭, 북한인, 야쿠자 간부인 재일교포, 거기에다 중국 출신 조선족까지 섞여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이옥영에게 조선인은 다 모였다고 농담을 할 만했다. 안종관이 그늘진 얼굴로 앞에 앉은 김상영을 보았다.
“이놈들의 핵은 마사무네란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김상영이 정색했다. 사진에서도 중심 인물이 사토였다. 사토는 마사무네의 전달자인 것이다.
“그리고 마사무네는 일본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습니다.”
어깨를 편 김상영의 눈빛이 강해졌다.
“이제 마사무네를 잡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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