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질문이다.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묻는다. “어른들이 어린이가 다 갈 때까지 보고 있어요.” 또 하나 “차에 친구가 안 타면 안 탔다고 소리치는 거예요.” 뭘까? 전자의 정답은 ‘시골’, 후자는 ‘우정’이다. 과연 이 어린이들 같은 정답을 상상했는가. 아마도 다른 답을 떠올렸을 것이다. 어린이와 아이의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이기심과 욕망 때문일 것이다. A와 함께 가지 않으려는 지인들 역시 지나친 이기심과 쟁취하려는 욕망이 많이 보여서일 것이다.
얼마 전 한 통의 메일이 왔다. 타이거 우즈에 대한 내용이었다. 1997년 한 골프 대회에서 우즈가 1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18홀 마지막 퍼트를 하려는 순간이었다. 1타 차이로 지고 있던 동반자 스티브 스콧이 다가와 우즈에게 “볼의 위치를 원위치로 옮기지 않았다”고 알려줬다. 결국, 그 덕에 우즈가 우승했다. 만약 우즈가 그대로 쳤다면 벌타를 받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 내용이 사실인지는 확인이 잘 안 된다. 1997년 아마추어 대회라고 했고, 상대가 ‘스티브 스콧’이라고 했는데 이미 그때 우즈는 프로로 전향해 있었다. 그리고 스티브 스콧은 아무리 찾아봐도 검색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이 내용에 대해서 진위를 파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 역시 순수하지 못한 행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동을 자아내는 스토리, 본인이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용기 있게 잘못된 것을 알려주는 그 순수함만 생각하기로 했다.
파스칼은 “단순한 것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다. 어린아이와 동물의 세계에서 찾을 수 있는 매력도 그 단순함 속에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보여지는 현상만 본다. 스펀지처럼 그대로 스며든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속이면 내 것이 되는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아무리 골프가 치고 싶어도 순수하지 못한 사람하고는 치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승자만 인정하는 냉혹한 이 사회도 문제이다. 첫 번째 홀 ‘올 파’, 멀리건 받고, 대충 퍼팅 기브 받고, 얻어낸 자랑스러운 70대 싱글 스코어보다 남 속이지 않고 룰과 매너를 지켜가며 얻은 90타가 더 웃음 짓게 할 것이다. 이제 영예와, 남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내 양심에 만족했으면 좋겠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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