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규 / 논설위원

‘결혼과 이혼’ 사이에는 뭐가 있을까? 정답은 아들딸도 아닌 ‘과’라는 우스갯말도 있지만, 그 둘은 백지 한 장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혼인 신고와 이혼 신고! 그러면 ‘웬수’ 같은 이 두 단어의 공통분모 혼인할 ‘혼(婚)’ 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왼쪽의 ‘여(女)’는 다소곳이 꿇어앉은 여자의 모습을 그린 상형문자이고, 오른쪽의 ‘혼(昏)’은 해(日)가 져서 사람의 발밑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즉 황혼을 나타내는 회의문자다. 그러니 이 글자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저녁때의 신부집’이라는 뜻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냥 신부집(婦家)만을 가리키다가 마침내 혼인(婚姻)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또 생긴 의문, 혼인이란 또 무슨 뜻인가? 길게 머리를 땋아 내렸던 처녀 총각이 머리를 쪽 찌고 상투를 틀어 결발 부부가 된 이후에는 아내가 남편에게 의지한 데서 만들어진 한자가 ‘인(姻)’이다. 혼인에 의하여 맺어진 친척을 인척(姻戚)이라고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후 혼인이란 말이 널리 사용되면서 장가들고 시집가는 일, 즉 부부가 되는 일이라는 뜻으로까지 그 의미가 확장됐다. 그러니 혼인은 결혼의 옛말이다. 다만, ‘결혼’은 신부집과 신랑집이 서로 ‘혼인 관계를 맺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로만 사용됐다. 갑돌이와 갑순이가 혼인을 했다면, 그 두 집안은 부부의 인연을 맺은 결혼 관계가 되는 것이다.

16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미셸 E 드 몽테뉴는, 결혼은 조롱(鳥籠)과 같다면서, 밖에 있는 새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려 애를 쓰고 안에 있는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쓴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란 말도 있지만, 결혼하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가 더 많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 결혼한 지 20년이 넘은 이른바 ‘황혼부부’의 이혼이 3만3000여 건이란다. 우리나라 전체 이혼 11만5000여 건의 28.7%나 차지한다. 결혼 생활 20년 이상이면 대개 아들딸 장가·시집 보내고 공소증후군(空巢症候群)으로 마음이 허허로울 시기이기도 하다. 훌훌 떨치고, 삶에 파묻혀 잊고 살았던 ‘자신’을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할 나이…. 따뜻한 사랑과 위로가 필요해 보인다. 냉철한 철학자라면 이렇게 충고하지 않을까. ‘이혼! 하지 않으면 불만스럽다, 그러나 막상 하고 나면 후회할 것이다.’
황성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