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이명박정부 초반, 삼성전자 휴대폰과 현대자동차 승용차는 폭발적 위세로 세계 시장을 흔들었다. 그러나 눈부신 실적은 ‘대기업의 이익 독식’이라는 프로파간다를 유발했다. 여야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대기업을 억누르고 중소기업에 특혜를 주는 의원입법을 내놨다. 운영 경비 대부분을 대기업에 전가하는 동반성장위가 출범했고, 정운찬 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띄웠다. 중소기업적합업종도 확대됐고 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올려주라는 압박이 가중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급증한 이익 때문에 대기업 이익 평균은 증가했지만 중위수는 크게 낮아졌다. 극심한 불황에도 납품단가를 낮출 수 없는 황당한 상황에 부닥쳤고, 동양·LIG·STX 등 대기업이 줄줄이 쓰러졌다. 실적 부진으로 자금 위기를 겪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중소기업 범위를 살짝 넘어선 중견기업은 더욱 어렵다. 개인 재산을 다 털어 넣고 은행 빚을 짊어져 가며 기업을 키웠는데 중소기업 경계선을 넘었다면서 세금과 규제 폭탄을 퍼붓는다. 연구·개발(R&D) 자금을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할 길도 막힌다.

‘성장이 독배(毒杯)’였음을 실감하고 사업 규모를 얼른 줄여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인건비와 세금 부담이 낮은 나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기업도 많다. “제발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의 목이 메는 호소가 애처롭다.

중소기업 범위는 중소기업기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조특법에서는 졸업 기준을 정하고 이를 넘어서지 않는 경우에만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매출액 1000억 원과 자산총액 5000억 원 중 하나만 넘어서면 세제 혜택이 사라진다. 기업을 키워 고용과 투자를 늘리면 축배 대신 독배가 돌아온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피터 팬’처럼 경계선에서 어물쩍거리며 눈치만 살피는 중소기업이 많다. 투자와 일자리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국가적 재앙이다.

중소기업 범위의 적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이 많다. 사실 졸업 기준에 근접할수록 지원 효과가 극대화된다. 대다수의 영세 중소기업은 이익을 얻기 어려워 각종 혜택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을 믿고 무리한 생산을 계속하는 중소기업도 많다.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성 저하는 중소기업의 지나친 과잉생산에 비해 효율성에서 우위에 있는 대기업의 과소 생산 때문에 생긴다는 분석도 있다.

수백만 업종 중에서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집어내기도 쉽지 않다. 관련 기업으로서는 엄청난 이권이 달린 문제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 상근 임원이 부당행위와 관련해 사임하는 해프닝도 생겼다.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기업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고용 비중 중심으로 세제 지원을 운영하면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기업의 법인세를 대폭 낮춰야 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성장하더라도 세금 부담이 불리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지속적 성장으로 이끄는 경영 능력을 입증한 기업인에 대해서는 사업을 계속하는 동안에는 소득세도 이연시켜 증자할 여력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일 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 대부분은 우리나라 중견기업 수준의 규모다. 중소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려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올라서는 통로가 활짝 열려야 기업인의 투자 의욕이 살아나고 국민경제의 활력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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