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코시백화점 긴자점 가보니…환급절차 은행창구 처럼 신속
중국어 쇼핑상담원 밀착 배치
구매 상품 당일에 무료로 배송

백화점·가전양판·패션점 연계
원스톱구매 하도록 편의성높여

올 관광객 2000만명 예상 활기
요우커 27%… 외국인 중 최다
脫한국 현실화 우려 대책 필요


동북아 지역 면세산업이 외화 획득과 관광 산업 발전의 핵심 역량으로 주목받으면서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해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요우커는 관광객 숫자나 1인당 구매력 면에서 각국 경상수지 흑자까지 좌우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일본 등으로 관광지를 옮기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과 홍콩 등에 요우커 등이 몰리는 원인과 배경,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현지 르포를 통해 상·하로 집중 진단했다.

지난 5일 오후 일본 최대의 번화가인 일본 도쿄(東京) 긴자(銀座)의 미쓰코시 백화점 긴자점. 지하 1층 면세 카운터에서 소비세 면세 절차를 밟고 있던 중국인 쉬 메이첸(여·24)의 양손에는 대형 쇼핑 보따리가 가득 들려 있었다. SKⅡ, 시세이도 등 일본 화장품 위주로 17만5000엔(163만9800원)어치를 샀다고 했다.

단체관광 편으로 일본을 찾은 그는 “한국도 지난해 가봤는데 일본 브랜드가 더 다양하고 가격도 싼 게 많아 좋다”며 “쇼핑 후에는 가까운 오다이바(お台場) 관광단지에 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2일에 새로 리모델링해 선보였다는 면세 카운터에도 이날 요우커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혼잡하다는 느낌보다 은행 창구처럼 환급 절차는 비교적 빠르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미쓰코시 백화점은 요우커 등이 쇼핑에 불편함이 없도록 중국어 등에 능통한 쇼핑 상담원을 밀착해 배치하는가 하면, 호텔에 숙박하는 이들을 위해 당일 구매한 상품은 무료로 호텔에 부쳐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었다.

이날 백화점 2층의 명품 시계 코너엔 한눈에 봐도 부유층인 요우커들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구매 상담을 받고 있었다.

야마키 마리코(47) 미쓰코시 백화점 매니저는 “호텔은 물론, 해외 자택으로까지 국제특송우편을 통해 배송해 준다”고 말했다. 엔저 붐을 탄 일본이 도심에 밀집한 다양한 쇼핑 콘텐츠, 차별화된 관광상품 개발을 앞세워 요우커를 비롯한 방일 관광객을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는 현장이다.

한국을 찾았던 요우커들이 메르스를 계기로 직격탄을 맞은 사이 우려했던 탈(脫)요우커 및 일본행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된 것이다.

관광 특수의 절정기를 맞게 된 일본은 방일 관광객 유치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긴자를 비롯한 시내 곳곳에 소형·대형 면세점을 왕성하게 개점하며 활력에 넘치는 모습이었다.

발길을 돌려 긴자 거리로 나갔다. 쇼핑 보따리를 한 아름씩 든 요우커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일본 제1의 쇼핑 거리인 긴자의 도로 곳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일본에 8년째 주재 중인 A 기업의 한 관계자는 “긴자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살 수 있는 백화점은 물론, 가전양판점, 식품전문점, 패션전문점 등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을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어 편의성이 무척 높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청 조사를 보면, 긴자는 신주쿠(新宿), 시부야(澁谷), 아오야마(靑山), 아키하바라(秋葉原), 아사쿠사(淺草) 등과 함께 요우커 등 외국인 관광객 인기지역인데 방문 후의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요우커의 성지(聖地)’로 불린다는 라옥스(LAOX) 양판점도 시계, 귀금속, 화장품, 가방,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요우커들이 쇼핑에 여념이 없었다. 3층 가전매장에는 도시바의 압력밥솥과 보온 수통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1인 가구가 많아 전기밥솥에 소량의 밥을 지어 먹는 일본의 식생활을 고려하면 요우커들에게 압력밥솥이 큰 인기를 끌면서 맞춤형으로 내놓은 제품들이다.

한 요우커는 “중국과 달리 일본에는 ‘짝퉁’이 없지 않느냐”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가전과 주방용품을 싹쓸이 쇼핑하도록 유도하는 일본의 ‘바쿠가이(爆買い·폭발적 구매)정책이 주효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134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 경상수지 상승 및 여행, 고용 창출 면에서 톡톡히 효과를 누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요우커가 물밀듯 들어오면서 경제 전반에 활력을 얻고 있다. 올해 예상 방문객만 2000만 명을 헤아린다.

요우커가 지난해 일본에서 뿌린 소비액은 2013년 대비 2배가 넘는 5583억 엔(5조2232억 원)으로 전체 비중이 27.5%에 달했다. 1인당 소비액은 23만 엔(215만 원)으로 외국인 가운데 가장 왕성했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긴자에는 면세점 출점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세만을 면제해 주는 곳으로, 2012년 4713개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만8779개에 달할 정도로 늘어난 백화점, 양판점, 조리도구 판매점, 편의점 등의 ‘택스 프리’형 미니면세점 외에 대형 면세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라옥스가 면세점 형태로 전환해 긴자에 1호점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 9월 역시 긴자에 2호점을 열었고, 야마다 전기도 긴자 인근인 JR신바시(新橋)에 8층 규모의 면세점을 선보였다.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는 긴자점 8층 전체를 관세, 담뱃세, 주세까지 면세해 주는 공항형 면세점으로 열 계획이다.

롯데도 내년 3월에 긴자 지역에 2개 층 1300평 규모의 롯데면세점을 개장한다.

긴자 전체가 요우커 등을 겨냥해 도심에서 신속한 면세 혜택과 편리한 쇼핑을 통해 관광객을 지속해서 창출하고 늘리기 위한 ‘면세 천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느낌이 피부로 와 닿았다.

도쿄의 경쟁력은 도심 관광 인프라이고, 그 중심에는 면세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혼잡과 북새통의 이미지로 점철된 한국 면세점의 현실이 오버랩 돼 다가왔다.

도쿄 = 글·사진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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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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