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2008년 舊怨 작용한듯
SKT “융·복합 추세 부응했을 뿐”
지난 2일 SK텔레콤이 이사회를 열고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의 지분 30%를 인수한다고 밝힌 시간은 오전 8시였다.
“인수·합병(M&A)을 통한 방송통신 장악, 이제는 막아야”라는 제목을 단 KT의 참고자료가 나온 것은 4시간 20분 뒤인 낮 12시 20분.
LG유플러스의 “방송통신 1인(人) 장악은 국민에게 직접적 피해”라는 제목의 자료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다시 1시간 25분 뒤인 오후 1시 45분이었다.
SK텔레콤이 케이블TV와 알뜰폰 사업을 진행하는 CJ헬로비전에 대한 인수를 밝힌 뒤 채 6시간이 지나지 않아 경쟁사들이 거친 논평을 쏟아부은 것이다. 통상 경쟁사의 대규모 합병 등에 대한 동종 업계 공식 반응이 ‘시장에서 실력으로 붙어보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SK텔레콤에 대한 경쟁사들의 공격은 낯설게 받아들여진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가 경쟁사 M&A에 대해 유례없이 거친 논평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가 2002년과 2008년 SK텔레콤이 대규모 통신사업자를 인수하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우뚝 선 사례가 ‘구원(舊怨)’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2002년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3위인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서 시장점유율 56.9%를 확보했다. 해당 건을 통해 SK텔레콤은 당시 시장점유율 2위였던 한국통신프리텔(현 KT)과의 점유율 격차를 38.6%포인트까지 벌리면서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과반이 넘는 지배적 사업자로 등장해 현재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에 따른 경쟁악화를 감안해 “시장점유율 합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50% 미만으로 할 것”과 “계열사인 SK텔레텍(현 팬택)을 통해 단말기를 6년 동안 연간 120만 대 미만으로 공급”하도록 인가 조건을 부과했음에도 결국 SK텔레콤의 지배력 강화를 막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6년 공정위의 용역에 따라 작성된 보고서(기업결합 시정조치의 효과 사례 분석)조차 “이 합병으로 인해 이동전화시장 특성상 수요탄력성이 낮아 왜곡된 시장구조가 장기적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며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허가는 다분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적시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2008년에도 당시 초고속 인터넷 2위 사업자였던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했다. 그 후 SK텔레콤은 2010년 초고속 인터넷 재판매를 시작해 5년 만인 2014년 누적가입자 217만 명, 시장점유율 12%를 확보하는 한편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2013년)에서 48%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합병 당시 공정위는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의 유무선 결합상품 제공 시 이용을 강제하거나 유통망에 불리한 조건을 제시해 판매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SK텔레콤이 독점 사용하던 800㎒ 주파수를 경쟁사와 ‘공동사용(로밍)’하도록 조건을 부과했으나 해당 건은 당시 정보통신부 인수조건에서 제외돼 시행되지 못했다. 주파수 문제는 인수 허가심사와 별도로 전파법 등에 따라 정부의 주파수 회수 재배치 방안 등을 수립,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은 이동통신시장에서 거둬들인 막대한 초과이윤으로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를 인수해 방송통신을 망라하는 거대 1위 사업자로서 독주하려는 시장 독점화 전략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이번 인수는 전 세계적인 통신방송 융·복합 추세에 부응해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화의 토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규모의 경제 등 기업 효율화를 통해 비용 절감 및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가입자에게 고품질의 다양한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취지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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