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미국과 일본이 한랜드를 분열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안동관이 말을 이었다.

“미·일 동맹은 한랜드에 이어 남북한 연방이 통합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이지요.”

오후 8시 반, 장관 별장에서 서동수와 유병선, 안종관과 경찰청장 김상영까지 넷이 둘러앉아 있다. 저녁을 먹은 뒤 응접실로 옮겨 차를 마시는 중이다. 이옥영이 찍어 온 사진이 단서가 돼 줄줄이 배경이 드러났다. 배후에는 일본 야쿠자, 그리고 마사무네다. 마사무네는 재빠르게 목적을 감췄지만 일본 정부의 지휘를 받는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가 미국과 내통하고 있다는 것은 증거만 아직 확보하지 못했을 뿐이다. 엽차를 한 모금 삼킨 안종관이 서동수를 보았다.

“현재 상황으로는 러시아만 확실한 우방입니다. 하지만…….”

말을 그친 안종관이 시선을 김상영에게로 옮겼다. 대신 말을 이으라는 표시다.

“한랜드 내부가 혼란스러워지면 러시아 정부도 자국민을 보호해야 된다는 열강의 압력을 거부하지 못할 것입니다.”

숨을 고른 김상영이 말을 이었다.

“러시아군이 한랜드에 거주하면 열강은 한랜드 정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 교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뒷말은 서동수가 이을 수 있다. 모든 것을 내놓고 한랜드에 투자한 서동수의 몰락이다. 서동수의 몰락뿐만이 아니다. 한랜드가 다자(多者)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많고 그러면 한민족의 한랜드는 사라진다. 남북연방의 위쪽으로, 유라시아로 뻗어 나갈 길이 막혀 버리는 것이다. 나중에는 남북연방마저 위태롭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서동수가 말했다.

“강해져야 돼.”

시선을 벽 쪽으로 향한 채 서동수가 혼잣말을 이었다.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우리가 강해져야 된다고.”

“가쓰라, 태프트 밀약이 떠오르는군요.”

유병선이 정색하고 서동수를 보았다.

“110년 전에도 미·일이 밀약을 맺었지요?”

서동수는 숨만 들이켰다. 현 상황과 맞는 것은 아니지만 약소국에 대한 대국(大國)의 입장이 드러난 경우다. 1905년 7월 29일, 도쿄에서 미 육군 장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일본 총리 가쓰라 다로는 밀약을 했다. 그것은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한 것이다. 이윽고 머리를 든 서동수가 안종관을 보았다.

“북촌의 동향이 불안한가?”

북촌이란 북한인 밀집구역으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안종관의 표정이 굳어졌다.

“선동이 먹힙니다. 남한 자본이 북한 노동력을 착취해서 저희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단순한 논리인데 선동 주도자들은 북한의 반(反)김동일 세력입니다.”

마사무네가 그들과 제휴하고 있는 것이다.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남북연방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한랜드가 미리 예행연습을 하는 것 같군.”

셋은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가 다시 물었다.

“펭귄촌은?”

중국인 밀집구역이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안종관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일본 마약을 40퍼센트 정도나 소화했는데 중간상 체포율이 가장 낮은 건 그만큼 조직이 잘돼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불안합니다.”

자료와 증거로 보고해야 할 안종관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다시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중국이 이번 상황의 중심입니다, 장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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