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경찰에 검거된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의 범인 이모(여·49) 씨가 자신의 집인 경기 포천시 중앙로 A 빌라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아시아뉴스 통신 제공
지난해 8월 경찰에 검거된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의 범인 이모(여·49) 씨가 자신의 집인 경기 포천시 중앙로 A 빌라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아시아뉴스 통신 제공
1심 “내연남外 남편까지 살인” 간접증거 인정
2심 “남편 살해 직접증거 없어 감형”… 3심은 ?


지난해 발생한 경기 포천 고무통 살인 사건 피고인 이모(여·49) 씨가 내연남뿐만 아니라 남편까지도 수면제를 먹여 살해했을 것이라는 강한 의문이 제기돼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지만 최근 열린 항소심에서는 남편에 대한 살인 혐의가 무죄 선고를 받음으로써 대법원에서 사건의 진실이 가려질 전망이다.

특히 대법원에서는 범죄에 대한 심증이 논리법칙상 간접증거에 의해 형성될 수 있고 간접증거가 완전한 증명력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종합적으로 고찰해 증명력이 있으면 범죄사실을 인정한 판례가 있기 때문에 최종 판결을 앞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과 1심에서는 이 간접증거를 들어 이 씨의 범죄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숨진 남편과 살해한 내연남을 고무통 속에 넣은 채 장기간 방치, 소금포대를 올려놓은 보기 드문 살인 사건으로 지난해 세월호 침몰사고 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체가 백골상태로 발견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경찰은 남편이 자연사한 것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문화일보는 병원·약국 기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부검결과를 토대로 이 씨가 남편을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후 소금을 뿌려 유기한 의혹과 검찰의 남편 사인 수면제 규명에 대해 단독으로 보도했다.(문화일보 2014년 8월 4일자 12면, 8일자 10면, 27일자 13면 참조)

서울고법 형사 3부는 지난 9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 피고인 이 씨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씨의 혐의 중 내연남을 살해한 혐의와 아들을 방치한 혐의는 원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했지만 남편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사망원인을 밝힐 수 없어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남편 시신을 10년 넘게 방치하고 수면유도제 독시라민이 검출된 것으로 미뤄 남편을 살해했을까 하는 강한 의문이 들지만 숨진 뒤 10년이 넘은 남편의 시신으로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 감형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의 시신에서 독시라민 성분이 검출됐지만 10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후이기에 시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특정 부위에서 정확하게 약물 성분이 검출됐을지는 강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즉 남편의 사체에서 발견된 독시라민 양이 많지 않아 단독 복용으로 사망한 사례가 없고 고혈압 치료제 아테놀롤과의 상호작용이 학계에 보고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독시라민이 남편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 씨가 2년 전 다른 피해자를 살해했다 하더라도 10년 전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남편이 약물중독으로 호흡이 정지됐다는 직접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검찰의 진술분석과 종합심리분석 등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문에서는 이 씨가 남편이 사망한 후 보인 기이한 행동은 정서불안정성 충동적 인격장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 반면, 이 씨가 내연남을 살해한 후 유기할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서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상이한 판단을 했다. 최종적으로는 둘째 아들을 잃고 나타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범행의 한 원인으로 보았다.

이와는 달리 1심에서는 이 씨 남편이 다량의 수면제에 의해 살해될 수밖에 없었다는 검찰의 간접증거를 인정했다. 의정부지법 형사 12부는 지난 2월 남편과 내연남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뒤 시신을 고무통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울증에 빠진 이 씨가 독시라민이 함유된 다량의 수면제와 고혈압 치료제를 물이나 술에 타 남편에게 먹여 남편이 약물중독 및 약물상호 작용으로 사망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이 지병이 없어 자연사했거나 자살했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남편의 사체를 10년 동안 은닉한 점을 들어 남편이 과량의 독시라민을 복용,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의 간접증거 판례와 검찰의 과학수사기법을 인정한 것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8월 국과수 부검결과를 비롯해 모바일분석, 의료전문가 자문, 대검 진술분석 및 종합심리분석 등 과학적인 수사기법으로 간접증거를 확보해 이 씨가 남편을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밝혀내고 이 씨를 살인과 사체은닉,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 재판에서 이 씨가 남편을 수면제를 먹여 살해할 수밖에 없었다는 간접증거를 인정해 판례대로 유죄로 판결할 것인지, 아니면 항소심대로 증거부족에 따라 무죄로 선고할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예정이다.

의정부 = 오명근 기자 om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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