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주재원으로 파견되어 1년 9개월째 생활하고 있다. 유럽의 한가운데서 지내면서 느낀 점 중에 하나는 유럽이야말로 진정한 농업, 농촌 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 얼마 전 EU의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가 28개 회원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농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인구 밀도가 낮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7.4점으로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6.9점에 비해 높았다. 농촌 지역 사람들의 높은 행복도를 반영하듯, 실제로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의 비율 역시 28%로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40%에 비해 그 수치가 작지 않다. 도시 근교나 읍에 사는 사람들의 비율을 포함할 경우 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

주말이 되면 대도시에 거주하는 유럽 사람들은 줄줄이 농촌 지역으로 가서 햇빛을 즐기고 텃밭을 가꾸며 지내는 생활상은 이곳 유럽에서는 아주 일상화된 풍경이다. 농촌이기에 가능한 깨끗한 자연환경과 정신적 풍요로움의 가치를 유럽 사람들은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한국의 농촌 현실을 돌아보면 가슴 아프기 그지없다. 얼마 전 EU는 오는 2020년까지 996억 유로(약 1250조 원) 규모의 기금을 농촌개발 프로그램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국회에서 헌재 결정에 따라 농촌 지역 선거구를 줄이는 논의가 진행 중이고, 농촌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도 올해 말로 종료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유럽의 현실을 체험하고 우리나라 농촌을 보니, 안타까운 한숨이 나온다.

한상민·벨기에 브뤼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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