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8개월 포스코수사 마무리지난 3월부터 하명수사 논란
檢 “국민기업 방만 밝혀내”
“충분한 내사 없이 진행” 평가


지난 3월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으로 시작됐던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가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하명수사 논란 속에 시작된 수사가 유례없이 장기간 이어졌지만 주요 피의자들을 모두 불구속 기소하면서 수사 성과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국민기업’ 포스코의 정치권 부당 유착, 방만 경영 실태를 밝혀냈다”고 수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관련자 32명 기소=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 비리 의혹과 관련해 총 32명을 기소했다. 포스코 전·현직 임원 17명, 협력업체 관계자 13명, 정치인 1명, 전 산업은행 부행장 1명 등이다. 이 중 1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7명을 구속 기소했다. 구속된 피의자의 대부분은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이었다.

주요 피의자였던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60)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과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가 검토됐지만,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검찰은 2009년 8월 포스코 신제강공장 신축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이 전 의원의 측근 박모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12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정 전 회장을 지난 10일 불구속 기소했다. 정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로 포스코에 1592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처사촌 동서를 하청업체에 취직시켜 4억7200만 원의 급여를 받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동화 전 부회장은 포스코건설에 385만 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공사수주 대가로 처남이 1억8500만 원을 받게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배 회장은 업무방해,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의원은 앞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하명수사 논란=검찰은 지난 3월 13일 포스코건설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를 시작했다.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부정부패 발본색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이에 따라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손보기’ 차원의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치적 이유로 진행하는 수사가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검찰은 이에 대해 “1월에 이미 서울중앙지검에 포스코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첩보 3건이 정식으로 배당됐고, 국세청 고발, 성진지오텍 관련 의혹 보도에 따라 예정된 수사가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충분한 내사 없이 진행된 수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정준양 전 회장 등이 최종 타깃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고 수사 착수 6개월이 지나서야 정 전 회장이 처음으로 소환됐다. 정 전 회장에 앞서 조사를 받은 정동화 전 부회장과 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못하면서 법원에서 기각됐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범정부적 부정부패 척결을 내걸고 뭔가 하나 보여주기 위해 한 수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치열한 재판 공방 예상=검찰은 이 전 의원처럼 기획법인을 통해 포스코로부터 특혜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을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 의원을 소환 조사한 뒤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회장과 이 전 의원 등 주요 관련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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