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선 조창복이 말했으므로 김광도는 움직임을 멈췄다. 오후 10시 반, 이곳은 김광도의 새 사업장인 ‘유라시아 카지노’ 사무실 안이다. 한시티 남쪽에 위치한 이곳은 시멘트와 통나무를 사용해서 만든 독특한 3층 건물로 건평은 2000평이나 된다.
“북촌에서 소문이 퍼졌다고 합니다. 반년 전에 입국한 전광수란 놈인데 기관에서 일했다는군요.”
“기관이라니요?”
김광도가 묻자 조창복이 심호흡을 했다. 3층 사무실까지 뛰어 올라온 것 같다.
“예, 당 소속 정보기관 말입니다. 보위부 소속인지 무력부 소속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렇게 소문이 났습니다.”
“…….”
“그놈이 누구 지령을 받았는지 잡아서 알아내야겠습니다. 그래서 요원들을 북촌에 풀었습니다.”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조창복이 한강회를 맡고 나서 조직체계가 더욱 단단해졌다. 대좌 출신으로 부대를 지휘한 경륜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강회는 한랜드 정부의 비밀조직과 같다. 따라서 불법 행위는 꿈도 꾸지 못한다. 김광도가 앞에 앉은 조창복에게 물었다.
“마사무네는 찾지 못했지요?”
“예, 지금 마사무네도 찾는 중입니다. 회장님, 그놈이 북촌이나 펭귄촌에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강회는 경찰과 함께 마사무네를 찾고 있다.
“전광수라고 했지요?”
조창복에게 확인한 김광도가 핸드폰을 들더니 버튼을 눌렀다. 장현주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10분쯤 뒤 사무실로 들어선 장현주에게 김광도가 물었다.
“전광수라고 알아요? 기관에서 일하던 놈이라는데.”
“알아요.”
금방 장현주가 대답했으므로 조창복이 상반신을 세웠다. 두툼한 눈두덩이 한껏 치켜 올라갔지만 입술은 꾹 다물었다. 다가선 장현주가 되물었다.
“그런데 왜요?”
“그자가 백진철을 살해했다는 소문이 났다는 거요.”
장현주가 시선을 조창복에게로 옮겼다.
“전광수는 보위부 소속으로 이곳에 올 때 내 호위역을 맡았어요.”
“아, 그렇습니까?”
조창복이 정중하게 응답했다. 장현주는 보스 김광도의 부인인 것이다. 김광도는 이제 38개 사업장을 보유한 유라시아 그룹의 회장이 되어 있지만 회장 칭호를 싫어했다. 지금도 시간만 나면 실크로드에 나가 술을 나르고 청소도 한다. 그래서 조창복 등 간부들은 김광도를 보스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아직 대놓고는 부르지 않는다. 장현주가 말을 이었다.
“내가 전향을 하고 나서 연락이 딱 끊겼는데 이곳에 남아 있었군요.”
장현주의 눈빛이 강해졌고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이젠 완전히 내 적이 되었는데 방심하고 있었어요.”
조창복은 물론 김광도도 숨을 죽였고 장현주가 말을 이었다.
“북촌에 ‘해주 이발관’이 있을 겁니다. 그곳이 연락사무실 역할을 하지요. 난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기관 소속 요원들이 들르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들은 내가 모르는 줄 알고 있겠지요.”
길게 숨을 뱉은 장현주가 흐려진 눈으로 조창복을 보았다.
“덕분에 확실하게 전향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회장님.”
“감사합니다, 사모님.”
엉거주춤 일어선 조창복이 장현주에게 머리를 숙였다.
“저도 확실하게 백진철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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