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내수 회복… 3분기 소폭 성장
‘美 금리 연내 인상說’도 영향
국내외 불안요인 여전… 고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5개월 연속 동결됐다.

이번 동결 결정에는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과 최근 회복세인 경기 흐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 이후 12월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국내 경기는 수출 부진에도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2% 성장하며, 6개 분기 만에 0%대 성장률에서 벗어났다. 또 가계부채가 1130조 원을 넘어선 뒤에도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금통위원들이 동결 카드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사실상 다음 달 이후부터다.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흐름 속에 국내외 경제 불안이 발생하면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 예상대로 12월에 이뤄지면 내외 금리차 축소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고민에 들어가는 것이 대체로 관측되는 수순이다.

그러나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글로벌 경제가 지나치게 요동칠 경우 한은은 기준금리 방향성을 놓고 ‘사면초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강세와 유가 약세 등으로 신흥국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면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한국 수출은 더욱 부진의 늪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는 중국의 성장세 약화, 일본의 공격적인 경제정책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가장 큰 리스크(위험)는 수출 부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각종 내수 부양책이 종결되고 있어 국내 경기마저 다시 둔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내년 초에 ‘소비 절벽’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수출 감소와 국내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경우 한은은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는 게 아니라, 되레 추가 금리 인하 압박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9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한은 기준금리 정상화 시점을 2017년으로 내다봤고, 이에 앞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한 차례 더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자체를 미뤄 상당 기간 ‘중립’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2017년까지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10월 고용지표 개선에 따라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2017년 중순까지 한국의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측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박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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