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명동 한국금융연구원에서 한국 경제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명동 한국금융연구원에서 한국 경제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⑤ 릴레이 인터뷰 -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지금 우리 경제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 한 가지만 선택하라면 무엇을 꼽겠습니까?”

지난 9일 서울 중구 명동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만난 안동현(52)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금융개혁회의 금융개혁자문단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안 교수는 서슴없이 민간 부문의 부채 문제를 끄집어냈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처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

“민간부채는 크게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두 가지인데, 가계부채는 다 알다시피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계부채 규모 1, 2위를 다투는 상황이다. 지금은 저금리 시대라 괜찮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가 곧바로 동반 인상할 필요는 없지만(그래서도 안 되지만) 불가피하게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는 우리 경제가 큰 난관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지금 우리 경제 여건은 금리를 올릴 상황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도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은,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즉 경제 펀더멘털에 뭔가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는, 우리 경제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금리가 인상되는 최악의 상황을 의미한다. 당연히 한계기업이나 가계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선제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주문하는 것인데, 그것도 속도를 매우 빠르게 가져가야 한다. 가계부채도 더는 늘어나면 안 된다.”

―가계부채 급증에는 규제를 완화한 이유도 클 텐데.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일몰(시한을 정해놓은 법이나 시행령 등이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 자동폐기 되는 것)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연장됐다.(정부는 지난 7월 일몰 예정인 LTV·DTI 완화 조치를 1년 더 연장키로 한 바 있다) 이러면 안 된다. 가계 부채 증가속도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다. 가계부채 증가는 LTV·DTI 완화조치와 함께 네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폭발적으로 가계부채가 커졌다. 규제를 완화한 이유가 부동산을 살리자는 차원이었는데 어느 정도 효과는 봤다. 민간 소비가 조금 살아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의한 기저효과도 크게 작용했다. 내년 상반기는 가봐야 정말 자산효과를 통한 소비 여력이 생겼는지 알 수 있다. 금리에 의한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금리 정책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현재는 단기적으로 추세 추종하는 상황이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투기세력에 의한 가격 상승 외에 부동산 경기가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계부채 해소방안은 없는 것인가.

“가계부채는 이자율 상승과 부동산 가격 하락 문제를 동시에 봐야 한다. 변동 금리 위험을 ‘안심전환대출(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상품)’을 통해 고정금리로 바꿔 놓기는 했다. 하지만,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만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탔고, 원금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갈아타지 못했다. 이렇게 금리 위험에 빠져 있는 이들에 대해 금리 인상 폭을 제한하는 ‘캡’을 씌우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 캡을 씌우는데 발생하는 비용은 고객이 3분의 1, 은행과 정부가 각각 3분의 1씩을 분담해 금리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대책이 난감하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그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부동산 담보가치가 하락한 것에 대해 대출을 연장하든지, LTV·DTI를 더 완화하든지 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은행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이자에 대한 부담이 많이 늘어나면 당연히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거시경제 위험은 커질 것이다. 성장률 위축도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 문제는 어떻게 보나?

“중국 문제도 결국은 부채 문제다. 민간 부채 증가율이 높은 나라다. 외환위기 이전 우리가 갖고 있던 문제와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이 위험한 이유가, 국가가 주도하는 자본주의는 정권의 안위와 관련이 깊은데, 성장률이 급락하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안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일정 성장률을 유지하려고 계속 자본을 투입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과잉투자가 된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자본투입률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0%가 넘는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자본 투입률이 높은 국가가 없다. 최근에는 이것이 50%로 급증했는데, 한계 생산성이 나타나니까 자본 투입을 더 늘리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많다. 결국,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감축)’을 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우리나라는 대중 수출감소와 중간재 수출감소, 소비재 수출 감소라는 ‘3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아울러, 중국의 구조조정도 문제다. 중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통해 중화학 공업을 지원하면 도태돼야 할 기업이 도태되지 않고,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의 철강·조선·화학 산업은 더 힘들어질 것이고, 상당히 심각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5%대로 하락할 경우, 중국 정부가 자본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은 적지만 금융위기는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민간부채가 높은 국가들이 동반 위기를 맞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거기에 낄 위험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을 어떻게 평가하나?

“1기와 2기인 ‘현오석 전 부총리 팀’과 ‘최경환 부총리 팀’을 말할 수 있는데 후한 점수는 못 줄 것 같다. 현 전 부총리 시절은 굳이 학점으로 주자면 ‘D 학점’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여러 정책을 해 보려는 측면에서는 좀 더 좋은 성적을 줄 수 있지만, 대부분이 단기부양책이라는 점에서 ‘B-’에서 ‘C+’ 정도다. 따라서 차기 경제팀은 장기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줘야 할 소명이 있다. 10년 후 GDP가 얼마다 하는 그런 비전 말고, 중상층 회복이라든지 하는 장기적 비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경제를 전망해 본다면?

“올해와 비슷한 상황이 예상된다. 올해 내수는 메르스 기저효과가 있었다. 내년에도 수출이 좋아질 것 같지 않다. 중국이 성장률 둔화에서 반등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유럽의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고, 신흥국 역시 국제 물동량 거래가 약하다. 그나마 민간소비는 기저효과 등으로 ‘평년작’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2017년이 걱정이다. 올 연말이나 내년 1월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미국이 평균 금리 수준인 5%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데 2∼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 내년 하반기쯤에는 2∼3%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 후 2∼3년 후 위기가 찾아온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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