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00명 후보로 나서… 남성 앞에선 유세 불가능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허용한 사우디아라비아의 12·12 지방의회 선거에서 실제 여성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로 나선 여성들은 유세 수단에 한계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첫 참정권 허용으로 여성 인권 신장에서 첫발을 뗀 사우디가 나아갈 길은 아직 먼 것으로 보인다.

11일 아랍뉴스는 사우디 지방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12월 1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선거인명부 등록 현황을 집계한 결과를 인용, 여성 유권자가 13만63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만 18세 이상 사우디 여성의 수가 약 600만 명임을 고려하면 불과 2% 정도만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자로 등록한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여성의 입후보권도 처음 부여돼 1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후보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지난 9일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선거당국이 여성 후보자들에게는 자신의 얼굴을 내세운 선거 포스터나 남성 앞에서의 연설 등을 금지해, 유세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이런 제약들 때문에 여성 후보자들도 자신이 얻은 기회에 대해 승리할 것이라 낙관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동부 콰티프 시에 출마한 나시마 아사다(여)는 데일리라이프오스트레일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승리보다) 인권을 위해 나섰다”면서 “참정권도 인권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리야드 의원에 입후보한 운동가 루자인 알 하스룰(여)은 “이길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면서 “여성에게 처음으로 참정권이 주어진 이번 선거에서 그저 더 많은 여성들이 나설 수 있도록 북돋는 게 내 목적일 뿐”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선거 규정상 남성과 여성 입후보자들 모두에 사진 포스터를 금지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남자들은 애초부터 사회적 지위나 네트워크가 탄탄하기 때문에 이 규정은 결국 여성에게만 불리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지방선거의 전국 1263개 투표소 중 424곳은 여성 전용으로 운용된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젊은 층이 국가 정책 결정에 더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선거 연령을 만 21세에서 만 18세로 낮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정권을 행사하는 전체 유권자는 약 148만 명으로, 18세 이상 사우디 국적자의 10%를 약간 웃돈다. 남성 유권자의 등록도 저조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로 등록한 남성은 135만 명으로 만 18세 이상 사우디 남성의 15%에 그친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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