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올랐다.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은 11일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에 들어가야 할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 175곳을 확정했다.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12개) 이후 최대다. 전자부품과 기계·장비, 자동차, 식료품 업종이 그 대상에 많이 포함됐다. 대기업 구조조정에도 강도와 속도가 붙고 있다. 명단에 오를 대기업 선정 결과가 12월 중 발표된다. 572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신용위험 평가를 마쳤던 채권은행들은 이들 중 B등급을 받은 200여 개 대기업을 다시 추려내 평가 결과를 재심사중이다. 부실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금융 당국의 강력한 의지의 방증이다. 조선·해운 등 5개 업종 전반을 재편하는 방안도 곧 윤곽을 드러낸다.

미적대던 금융 당국이 뒤늦게나마 좀비 기업 정리에 적극 나선 건 그나마 다행이다. 금융 당국이 내년 4월 총선 등 정치 일정이 본격화하기 전에 좀비 기업 ‘살생부’ 작업을 끝장내겠다는 결기를 보인 점도 평가할 만하다. 영업이익으로 짊어진 빚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 좀비 기업은 정상적 기업의 금융 지원 효과를 저해하고 실물 시장을 왜곡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금융 당국과 은행권은 보신주의와 무사안일, 정치권 눈치 보기 등 구태에 젖어 극도로 몸을 사려온 게 사실이다. 그러는 사이 기업 부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융 건전성을 위협함은 물론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게 됐다.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11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증가세도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기업 정리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금융 당국과 채권은행들은 신속하고 정확한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살 수 있는 기업을 죽이는 부작용도 줄이면서 실효성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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