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대로 순종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말대꾸하지 않고, 밥상에서는 조용히 밥을 먹는 ‘착한아이 매뉴얼’은 내 어린 시절을 뒤돌아봐도 알 수 있듯 부모님의 말씀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창의적인 생각을 낳듯이, 자녀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욱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더라면 성장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작년 발간된 국제아동인권센터(InCRC)의 대한민국 아동총회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아동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분에서 설문에 참여한 아동 중 60%가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우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묻지도 않은 채 스케줄을 마음대로 정한다. 하기 싫은 활동을 강제로 하게 하거나 강요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부모가 자신들을 너무 어리게 생각하며, ‘좋은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자가 자라온 시대에는 유교적 관습이 남아있는 데다가 여러 사회 정황상 부모님 말씀을 따르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자신과 관련된 일이라면 아이들이 직접 의견을 내게 함으로써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생각을 억누르기보다 말이나 글 또는 그림이나 예술 등의 형태로 표출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동들이 자신감 있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길일 것이다.

장차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미래 문화를 창조하는 기회를 보장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동이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며, 아동의 권리를 알리는 부모교육과 부모·자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인권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표현의 자유를 길러주는 방법들을 점진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국가안보, 공공질서, 공중보건 또는 타인의 권리 혹은 명예를 존중해야 하는 경우, 윤리상 제약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아동 표현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도록 차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아동은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갖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 아이들이 개인의 성공과 성취에만 몰두하기보다 더불어 살아가며 삶의 의미를 찾으면서 진정한 행복을 가꾸어 가도록 돕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한전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천안성정종합사회복지관 관장>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