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戰後질서 뒤집기’… 자민당, 아베 직속 역사검증委 추진 아베 내각 공식발표 아직 없어
정부 “사실 파악중… 동향 주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내각이 1946년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 처벌을 결정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 재판)을 포함, 청일전쟁·러일전쟁 이후의 역사 검증을 본격화하기로 하면서 한·미·일 3각 협력이 또다시 흔들릴 위기에 처하게 됐다. 도쿄 재판 검증은 미국이 구축한 전후 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피해국인 한·중의 과거사 사과 요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상징적 행보로, 일본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조차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또 이는 아베 총리가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에도 역행하는 것이어서 미국이 독려하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에도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한·미는 아베 내각의 위험한 시도에 “우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향후 일본 정치권의 관련 동향을 주시해나갈 것”이라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자민당이 밝힌 ‘전쟁 및 역사 인식 검증위원회’가 아직 출범하지 않은 데다, 아베 내각의 공식 발표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교도(共同)통신은 지난 11일 자민당 관계자 발언을 인용, 자민당 창당 60주년을 맞아 11월 중 이 위원회를 당 총재인 아베 총리 직속기관으로 설치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전후 질서까지 부정하는 아베 내각의 우경화 행보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11·2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베 내각의 역사 왜곡 움직임은 일종의 ‘뒤통수 때리기’로 보고 있다. 일본이 지난 11일 한·일 국장급 위안부 문제 협의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은 것과 겹치면서 또다시 아베 총리의 ‘꼼수’ 외교에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그런 위원회가 설치돼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는 방향으로 악용된다면 이는 국제사회로부터 더 큰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미국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일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미국으로서는 아베 내각의 이런 행보가 3각 협력의 최대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동아태 부차관보가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미국은 오랫동안 한·일 간 문제 해결을 향한 노력을 촉구해왔으며,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대단히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한 것도 무색하게 될 처지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자민당의 헌법 개정과 도쿄재판 검증 시도 등과 같은 일본의 역사 왜곡이 일상적이라는 점을 미국에 이해시키고, 이를 물밑 여론전의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 인지현 기자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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